오늘은 오랜만에, 7년 만에, 절친 중 한 친구를 만났다. 또한 그 친구 덕분에 수술 후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참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전후방 최대의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일생일대 최고의 안전운전을 했다. 너무 훌륭한 된장찌개 요리를 먹었고, 부풀어 오른 애드벌룬 같은 계란찜도 먹었다. 좋은 사람과 기분 좋은 시간을 가진 하루였다.
엊그제 갑자기 그 친구한테, 놀랍게도, 연락이 왔다. 한국에 와있단다. 오! 기쁨이었다.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친구다. 하지만 올해로 7년 경력의 목수다. 목수 자격증은 작년에 땄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목수 라이선스를 따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교사할 때와 비교해 훨씬 더 행복하다고 했다.
그 친구는 한국인과 결혼했다. 씩씩한 딸을 뒀는데 키가 벌써 164cm란다. 아마도, 그 친구 왈, 지를 닮은 것 같다고 했다. 하기야 아빠가 2m 6cm의 키를 갖고 있으니 그 DNA가 어디로 갈까 하지만 말이다. 단 11살에 그 키면…? 몇 년 후... 아마아마 180cm가 되지 말란 법도 없을 듯하다.
한국엔 3주 넘게 있다 갈 예정이란다. 이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게 7년 전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그새 조금은 세월의 나이테가 더 얹힌 걸 읽을 수 있었다.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엊그제 설악산을 둘러봤다고 했다. 속초에서는 회를 먹고 설악산 웃산바위를 갔고... 그 산 근처에서 초당순두부도 먹었다며 좋아라 했다.
목수일 하면서 돈 좀 만지냐 했더니 돈 버는 게 재미가 없어서 그러질 못하고 있단다. 막상 목수가 되고 보니 고객들한테 약간은 거짓말을 해야 돈을 벌겠는데... 그건그건 체질이 아니란다. 나는 다소간 과장을 해야 그 갭만큼 이익을 남길 게 아니냐고 했다. 또 비즈니스란 게 그런 게 아니냐 했더니, 그걸 잘 알고 있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도,
거짓말 안 해도, 먹고는 살 수 있단다. 물론 현재까지 그렇다는 말이겠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앞날을 누가 알 수가, 장담할 수가 있을까 해서.
2시경부터 3시간 동안 카페에서 커피와 두 가지 빵을 사이에 놓고 지난 7년간의 얘기를 나눴다. 친구는 역시 오래될수록 좋다는 건 진리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와이프를 잠실에 두고 날 만나러 한걸음에 왔을까! 사실 첨에는 잠실이나 코엑스로, 나한테, 오라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다리뼈 수술 얘기를 했더니 한걸음에 달려왔다. 굿!
덕분에 24일 만에 운전대를 잡아봤다. 물론 아직도 수술한 다리는 무릎을 구부리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시트를 맨 뒤까지 슬라이딩해야 됐었다. 그리고는 운전대를 최대한 뽑아내야 했었고. 시트는 가장 낮은 포지션까지 낮춰야 했다. 그래야 우선 히프 한쪽이라도 시트에 닿게 할 수 있으니까…그런 후 멀쩡한 다리를 먼저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넣었다. 그런 후 목발 하나로 지지대를 삼아 수술한 다리를 조심스럽게,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게, 차 안으로 옮겨야 했다. 그리고는 그 다리를 목발을 지렛대 삼아 운전 내내 쭉 편 상태를 유지래야 했다. 일종의 묘기? ㅋㅋㅋ
그런 형상이니 운전이 순조로울리가 없었다. 급브레이크를 잡기라도 할 경우엔? 대형사고는 뻔한 일이었다. 그 말인즉슨 수술한 다리를 망가뜨릴 수가 있고… 그다음엔 응급실-재입원-재수술-…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다 보니 내 차 앞에 서너 대는 넉넉히 낄 공간을 두고 운전할 수밖에 없았다. 그랬더니… 클랙슨 소리가 뒤에서 메들리로 들렸다. 그러든 말든! 물론 초보운전 스티커를 차 엉덩이에 붙이는 걸 잊지는 않아서 그나마 그 정도의 클랙슨 메들리를 들었겠지만들었겠지만… 아니면 트럼펫 메들리??
카페를 나와 좋아하는 한우된장찌개 집에 갔다. 정갈한 서너 가지 반찬에 스테인리스 밥솥에 담긴 갓 지은 김 모락모락 밥이 나오는 집이다. 거기에 건드리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계란찜을 시켰다. 이 집은 쫌 독특한 가격정책을 편다. 이게 점심메뉴다. 이 메뉴를 저녁에 시키면? 다 좋은데, 그 스테인리스 냄비밥에 5,000원 할증이 붙는다. 터질 듯 계란찜은 단품에 8,000원! 하지만 뉴질랜드라는 멀고도 먼 곳에서 온 친구를 대접하기엔… 맛있게 먹으면 끝이지 뭐. 그 친구가 내게 샀던 밥들이 얼만데!
식사 다 끝나자 그 친구 내 옆으로 왔다. 어깨동무하더니 식당 스태프 중 한 분께 인증샷을 부탁했다. 스마일 스마일… 그리곤 아쉬운 작별, 포옹… 가기 전 또 보자며…몇 번이 됐건...
결론,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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