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원인 또는 이유는 뭐였을까? 왜 내성이 발생했던 걸까? 보다 정확하게는 왜 내 경우 폐는 들었는데, 다리뼈로 전이된 부분엔 효과가 없었을까? 교수님 설명에 의하면 그 이유는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물론 난 13년째 투병 중 암이란 게, 그리고 그 암을 대하는 우리 몸의 면역력이란 게 무슨 사칙연산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란 걸 온몸으로 깨닫고 있다.
폐 한 조각 내줬고 다리뼈도 두 번이나 내줬다. 맨 처음엔 콩팥 한 개를 내줬고. 또 어디를 더 내눠야 할지 알지를 못하겠다. 아무리 미래가, 앞날이 추측의 영역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과거는 어쩌면 시작에 불과한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본래 시작은 과거영역이지만 말이다. 난 두 가지로 정리하고 싶다. 과학적인 이유는 모르더라도 내 경험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는 있다.
이중성: 분명 이중적이다. 일단 폐는 듣는데, 다리뼈로 전이된 뼈전이암엔 안 들었다. 그걸 통해서 유추할 수 있다.
- 폐로 간 원발암의 후손들은 그래도 약에 듣는다
- 하지만 다리뼈로 간 원발암의 후손들은 그 약에 안 듣는다
- 따라서 폐로 간 전이암과 다리로 간 전이암은 그 성질이 다르다
- 결국 다리뼈로 간 놈들은 또 다른 변신을 했다고 밖엔 유추가 안 된다.
- 그게 소위 말하는 육종성변이란 걸지 모르겠다.
- 그러니까 성격이 완전히 바뀠을 확률이 높다
다원성: 그런데 양 쪽 폐로 옮겨간 전이암 덩어리들, 그러니까 다발성 폐전이암덩어리들의 사이즈와 개수에 변화가 생긴다면 무슨 까닭일까? 그 변화가 감소하는 것이라면 전혀 문제가 안 되겠지만 만약에 그게 볼륨의 증가를 의미한다면 말이다. 참고로 내 주치의 교수님께선 볼륨이란 단어를 사용하시는데, 그 의미를 몰라서 여쭤본 적이 있다. 볼륨의 뜻이 뭐냐고.
교수님께서는 그게 암 덩어리 형태 내지는 상태 전체를 말하는 거라고 하셨다. 구체적으로는 개수와 크기. 즉 개수도 늘어나고, 크기고 커진다는 의미라는! 그래서 한 단어로, 볼륨이 커지고 있다고 내 경우를 설명하셨다. 결국 그 원인은 아래처럼 설명된다.
- 폐 속 다발성 전이암들이 단일한 종류의 암이 아니다
- 암 자체가 돌연변이다. 정상세포의 돌연변이
- 그런데 그 돌연변이에서 또 돌연변이가 생긴다
- 폐로 간 암은 그에 맞게 개발된 항암제에 듣는다
- 하지만 그 돌연변이에 빌붙어 사는 돌연변이의 돌연변이는 그 약에 안 듣는다.
위와 같은 현상을 '암세포들의 분자구조에 생기는 변화'라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교수님에 의하면 아무리 적은 숫자의 암세포라 해도 일단 그들 중에서 분자구조가 바뀌게 되면 성격이 바뀌고, 내성이 시작되는 신호라고 하셨다. 그럼 당연한 이치로 특정 분자구조에 맞춰서 개발된 약은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 암덩어리 안에 있던, 본래의 분자구조를 가진, 암세포들은 그 표적치료제, 표적항암제에 죽겠지만, 그들과 달리 재빨리 분자구조를 바꿔서 캐릭터를 달리 하게 된 돌연변이 암세포들은 그 표적항암제를 비웃으며 창궐하게 된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이 말은 사실 아주 무서운 말이다, 예후와 관련!
도대체 뭐가 '아주' '무서운' 말이란 건지 다음 포스팅에서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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