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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항암식단

4기암 11년 웃자의 항암식단-항암 식사 준비

by 힐링미소 웃자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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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치의 교수님은 나를 볼 때마다 코멘트하신다.
“참 관리를 잘하셔서... 관리를 잘하시니까...”
내가 무슨 관리를 어떻게 한다는 말씀이실까?
그분은 나에 대해서 뭘 아시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나와 나의 주치의 교수님과의 인연은 7년이 훌쩍 넘었다. 경이로운 생명을 강인하게 하고, 곡식이 익어가는 정열의 여름이, 만약 내게 또 한 번 허락된다면 그 관계는 9년의 인연으로 넘어갈 것이다. 그분이 비록 나를 수술하신 적은 없지만, 세 번째 병원의 의사이시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암에 대한 것들과 내가 잃어버린 폐의 일부, 다리뼈의 일부 등 내 몸의 ‘부분들의 상실’에 대한 역사를 함께 하셨다. 항암제를 강력하게 추천하셨고, 여러 번 완곡하게 권하셨고, 그 항암제에 대해서 내 몸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알고 계시고, 완전관해의 짜릿한 클라이맥스도 같이 나눴다. 내성의 변곡점도 같이 넘었다. 또한 그분은 내가 주로 뭘 먹고 무슨 신체활동을 하는지도 진료와 상담을 통해서 너무나도 잘, 많이도 알고 계시다.

그 긴 시간 동안 내 삶에 변화가 있었듯 그분께도 몇 가지 예측 가능한 변화와 돌발적인 기복이 있었다. 부교수에서 정교수가 되셨고, 얼굴에 연륜의 골이 생기셨고, 머리가 하얘지셨다. 건강의 악화로 긴 시간 휴직을 하셨었고, 덕분에 미뤄뒀던 긴 여행과 휴식을 하셨다고도 하셨다. 나처럼 수염을 기르고 싶으시다며 염소수염(goatee)을 하고 계시다. 물론 난 게으름의 이유와 무위자연을 위해서지만... 그분은.. 뭐랄까? 스타일링의 하나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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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관리의 시작은 육체 면역력의 기본이기도 한 음식이었다. 음식은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고, 그게 생활이 될 때 식생활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다. 사람이 일정한 환경에서 활동하며 살아가는 것을 생활이라고 한다면, 음식이 내 삶과 함께 할 때 그걸 ‘나의 식생활’이라고 할 것이다. 먹을 수 있게 만든 것들을 부르는 이름인 음식에도 건강을 가져오는 것들과 건강을 빼앗아가는, 해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건강을 가져오는 음식들과 함께 하는 것을 건강한 식생활이라 할 것이고, 건강한 식생활은 마땅히 강한 면역력의 전제조건 일 것이다. 당연한 이치로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은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암의 필요충분조건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난 암을 진단받은 직후부터 익숙한 음식들과의 작별을 시작했다. 물론 익숙한 음식들을 다 버릴 수는 없다.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쁜 음식들과의 작별이었다. 내 입에 달콤하고 착착 달라붙는 음식들의 일반적인 공통점은 나쁜 음식들이었다. 나쁜 음식은 건강에 나쁘지만 유혹이 강하다. 자극적이기도 하다. 거기에 중독적이기까지 하다. 십중팔구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은 고통을 가져온다. 익숙한 음식들과의 작별도 쓰라리다.

 

 


나쁜 음식들에 집착하는 것은 나쁜 놈(남자니 여자니 하는 성을 불문하고) 과의 관계에 집착하는 것과도 같다. 나쁜(?)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익숙함, 무시당하고 학대받고 상처 받으면서도 비합리적이고도 비이성적으로 쾌감을 느끼는, 그런 마조히즘적인 관계에 대한 익숙함. 그런 중독된 관계를 사랑이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정당화시키는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그런 익숙한 나쁜 음식들과의 작별도 힘들었다.

고통스러운 작별이 또 다른 고통을 가져오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런 고통은 생채기 난 내 삶에 새살을 나게 하고 새롭고 생산적인 관계를 가져오게 하는 예쁜 작별이다. 나쁜 관계와의 헤어짐이 그런 것처럼 나쁜 음식들과의 헤어짐도 내 몸뚱이에, 육체에 치유와 새 생명을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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