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를 멀리했던 4기 진행성 전이암 환자인 나에게 병원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좀 더 섭취하라고 했다.
“동물성 단백질!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끊었던 돼지와 소와 닭과 오리를 다시 먹으란 말 아닌가!”
타협이 필요했다...
“햐, 이거 어쩌냐?”
하지만 난 어떤 경우에도,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방법이 있고 타협할 여지가 있음을 경험을 통해서 안다.
그래서 만든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위한 나의 지침. 이 5 가지로 이루어진 나만의 가이드라인, 그렇게 지침을 지키려 애썼더니 아예 식생활로 굳어졌다.
1. 자연방사 무항생제 닭고기 한 달에 두 번,
계란은 일주일에 한 개
2. 동물복지 무항생제 돼지고기 한 달에 두 번
3. 무항생제 방목 소고기 한 달에 두 번
4. 기름에 튀긴 어떤 종류의 빨간 고기도 스톱
5. 식당에서는 어떤 종류의 빨간 고기 요리를
불문하고 주문 및 섭취 금지
그런데 사실 동물성 단백질을 취하기 위해서 꼭 네발, 두발 달린 공급원만 있는 건 아니다. 고맙게도 생선도 있다. 그럼 육류 대신 생선을 먹으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 그런데 고민이 됐다. 내가 무슨 고민 제조기도 아니고 또 무슨 고민? 고민의 이유는 다름 아닌 나의 독특한 체질 때문이었다.
문제는 알러지(알레르기)였다.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고등어와 꽁치. 정어리! 이런 등 푸른 생선들에 반응하는 내 몸이 가관이 아닌 이유다. 그 맛난 생선들을 몇 점 삼키는 작용을 하고 나면 두드러기와 목구멍 부음, 심각한 소화불량이라는 반작용이 즉각적으로 튕겨 나온다.
이 알레르기가 내 몸에 보내는 메시지는 뭔가? 그런 것들의 성분(들) 중의 어느 것이 내 몸의 어떤 것(들)과 충돌을 일으켜 안정화된 시스템을 헤칠 수 있으니 ‘몸속으로 넣지 마라!’ 아닌가? 그걸 알고 있으니 그 양질의 단백질 덩어리들을 향해 더 이상 젓가락을 보낼 엄두가 안 났다.
이 등푸른생선이 주는 건강상의 공통점이 뭔가? 대략 20% 내외의 풍부한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B1과 B2, 철분과 나이아신, 칼슘, 천연 나트륨... 등 푸른 생선이 가져오는 건강상의 이점이 어디 거기에서 끝나나? 나의 건강에 그토록 중요한 영양의 결정판 오메가 3! 그런데 이 오메가 3의 보고인 그런 유의 생선들 속엔 바로 내 몸에 알러지를 유발하는 성분(들)이 가득 차 있지 않은가!
나의 건강에 꼭 필요한 이 소중한 오메가 3! 심혈관 건강에 필수인 EPA와 DPA를 얻을 수 있다는 오메가 3, 특히 두뇌와 눈과 신경의 발달에 좋다는 DHA를 함유한 바로 그 오메가3, 이 오메가 3 하면 또 비만, 당뇨, 콜레스테롤 조절, 혈관 확장과 수축 등의 기능을 끌어올려 혈관 건강의 담보, 관절치료, 기억 기능 향상 등 떠오르는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압권은 이 오메가 3은 나 같은 암 환자에게 필수인 면역력 향상을 위해 맨 먼저 식탁에 올려야 하는, 암 환자들을 위한 최애 메뉴의 기본이라고도 하니...
그렇게 몸에 좋은 생선도 내 몸엔 안 받으니 어떻게든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할 무슨 대책이 필요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니라 ‘암치유도 단백질 먹고’ 아닌가! 그래서 궁리 끝에 나온 타협책!
“다른 재료와 섞어서 그런 독을 빼자!”
그래서 연구를 시작했다. 주도면밀하게, 온몸의 촉수를 총동원해서! 왜? 영양분의 ‘고른 섭취’는 ‘사느냐 죽느냐’의 절실함이었으니까.
진단 후 생긴 내 삶을 위한 또 다른 슬로건,
“죽을 때 죽더라도 나름 씩씩한 몸뚱이로 살다가 죽자!”
내가 산속에서, 아니면 무인도에서 혼자 산다면이야 벽에 똥칠을 하든, 무 꼬리조차 못 씹을 정도로 골골대든 무슨 상관일까만 은...
난 가족과 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왜 그런 모습들을, 도대체 왜 보여야만 하는가? 안된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나름 괜찮은 몸뚱이, 아니라면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나름의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한 게 아니냐?라는 각오가 담긴 슬로건이었다.
그런데 세상사가 참으로 오묘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성격도 만인만색이듯이, 내가 오랫동안 사용하는 항암제가 대부분의 환우들께는 짧은 사용 후 부작용에 의한 중단을 불러오는 경우가 있듯이 음식도 그렇게 특정한 사람에게 특정하게 반응하다니...
하기야 이번에 조영제에 대한 특이반응 검사에서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다른 이들에겐 멀쩡하거나 경증 정도의 부작용을 불러오는 조영제들이 내겐 치명적인 중증 부작용을 불러왔었다는 게 밝혀졌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알러지는 조영제에 국한된 게 아니다. 페니실린도 그렇다. 문제는 한술이 아니라 몇 술 더 뜰 게 있다는 사실, 내 몸이 그런 것들에 대해서만 그런 반응을 나타내는 게 아니란 사실!
전통의 국민 먹거리인 순대, 단백질이 많아 술안주와 간식거리로 인기인 번데기. 오메가 3의 또 다른 공급원이면서도 맥주의 짝짜꿍 고소미 땅콩, 없어 못 먹는다는 추어탕... 그런 음식들에 대해서도 소화불량은 기본이고 숨도 못 쉴 정도의 알레르기가 있다.
과일은 또 어떤가? 여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남들은 없어 못 먹는다는 탐스럽고 입맛 당기는 영양 만점의 과일들. 그렇게 남들이 맛나게 먹고 즐기는 인기 과일들이 내겐 소화불량과 기도팽창을 불러오고 두드러기와 경련을 발생시킨다. 수박, 딸기, 생 토마토, 귤, 오렌지, 레몬 등이 그렇다.
햇볕은 쨍쨍 땀은 뻘뻘 무더운 여름날, 익을 대로 익어 새빨간 색깔의 시원한 수박을 맛나게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뒤편에 물러 앉아 턱받이를 할 정도로 주체 못 할 침만 흘리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부러움을 넘어 못된 시기심이 생겨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러움에 눈물이 난다. 앙증맞고 윤기 철철 빨강 딸기를 먹는 모습을 볼 때도 그렇고...
사실 먹는다는 게 뭔가?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입이 즐겁고, 눈이 즐겁고, 배도 즐겁고, 몸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먹는 게 사는 거고, 사는 게 먹는 일 아닌가? 안 먹고살 수가 있나? 더군다나 암 환자, 그것도 4기 암 환자에게 ‘잘 먹고 잘 싸자!’는 생존의 대전제가 아닌가! 그래서 수도 없이 했었던 원망,
“왜 내 몸은 저토록 맛난 음식들을 튕겨낼까?”
“나도 한자리 껴서 먹을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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