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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국내여행

창덕궁 달빛기행이 나와 두 독일친구에게 선물한 것들

by 힐링미소 웃자 2023.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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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독일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중의 하나가 우리 문화와 전통을 재발견할 기회를 가진 일이었다. 특히 고궁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과 오랜 친구들과 그 아름다음을 공유한 것,  그렇게 함께 쌓은 추억은 그 자체로도 의미 깊은 일이지만... 그게 더 특별한 이유는 비밀스럽고 구하기 아주 어려웠던 기회를 가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행사는 이 친구들에게도 아주 특별했다는데, 이 친구들도 우리나라에 오기 전 엄청 많이 이 특별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엄청 노력을 했다고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에약문이 열리기 전 심기일전,  책상에 붙어서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이서 애썼음에도 도저히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 사정은 나도 매한가지였다. 보통 어려웠던 게 아니다. 초단위로 시도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데스크톱에, 노트북에, 폰에, 태블릿을 총동원했음에도 1분도 안돼 마감되곤 했다. 지인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그게 쉽지 않았던 이유는 뻔하다. 한국뿐 아니라 내 친구들처럼 우리나라를 방문하려는 외국인들도 온통 그 시간에 예약 사이트에 붙어 있었을 테니,,, 그게 하늘의 별 따기 아니면 뭐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을 것인가?
 
또 이 예매권은 본인이 아니면 예매에 성공하더라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입장 시에 반드시 본인이어야 하며, 가족 간에도 양도가 얼마나 어려운지 동사무소에 가서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매에 성공하면 폰으로 예매번호와 영수증 등이 전송된다. 입장 시 그걸 보여줘야 한다. 
 

 
낮에 잠깐 휴식을 갖고, 약속된 장소로 가는데 이날따라 한강의 노을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높은 건물을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우울한 도심의 회색 스모그 기운에 비치는 노을이 특별할 일 없었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좋은 시간을 암시하는 듯했다. 
 

 
이날 너무도 벅찬 기억들이 많았은데, 친구들도 장소를 바꿀 때마다 "원더풀", "땡큐"를 아끼지 않았다. 아주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음에도 향유할 기회를 줘 고맙다는 말을 하기에 바빴다. 이날 이 친구들은 사진을 정말 많이 찍더라니...
 
힘들게 얻은 것들 중 아깝지 않은 게 없다. 아까운 것들 중 오래 지속되는 것들 또한 없다. 즐거운 순간들 중 짧지 않은 게 없다. 첫사랑과의 첫 입맞춤이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이번 행사는 더군다나 기간도 한정적이었다. 어쩌면 너무 짧기도 했다. 그러니 더 귀했다.
 

 
위는 여러 인상적인 행사들 중 하나인 공연모습이다. 거의 막바지 코스에 있었다. 4~5개의 꼭지로 이뤄진 공연이다. 놀라운 기량을 가진 예인들이, 달빛 아래서 하는 공연은 예술 그 자체였다.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감동의 긴 여운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이 공연이 있었던 저 건물로 들어오기 전 두 가지를 선물 받았다. 창덕궁에 있는 오미자나무들, 아마 그곳에서 수확했을지도 모르는 달콤하고 깊은 맛의 오미자차, 그리고 예쁜 종이상자에 소담스럽게 담긴 먹기도 아까운 전통한과, 난 그 둘을 어렵게 받아, 아... 지팡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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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친구들과는 일부러 자리를 좀 띄웠다. 내 숨소리 방해 없이 그 친구들도 오롯이 공연에 몰입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 둘은 독일 어느 시, 유서 깊은 교양악단의 합창단 멤버들이다. 한 명은 식품공학과 교수를 거쳐 유럽연합에서 고위직을 하다가, 바이오시밀러 회사 부사장을 끝으로 펜션을 받았다. 쉬고 싶어서 알찍 나왔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그러나, 아직까지도 현직이다. 뱅커라는데, 독일 어느 최대 은행의 중역이란다. 
 
 
 

 
여러 코스들 중 또다른 하나인 '깊은 밤 정자 위 별빛연주' 코스다. 이분의 연주는 대략 30분가량 진행된다는데, 우리는 3개의 팀으로 나뉘어 들어갔었고, 정해진 시간 짧은 시간 동안만, 그렇게 찰나적인 공연 관람시간만, 한 팀 당, 주어졌기에 대략 총시간은, 공연을 즐길만했던, 10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많이 아쉬웠다.
 

 
위는 왕이 머무르는 비빌의 공간이라 했다. 언제나 금지된 공간은 침입하고 싶은 강한 욕망을 불러온다. 금지된 사랑의 치명적 욕망과 비슷한 그런 어떤 겁 없는 갈망과 욕망....처럼!
 
 

 
구중궁궐 안의 비원, 그 안의 비밀스러운 공간의  놀라운 모습이었다. 저기까지 오는데 대략 2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을까 한다. 내게는 그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었는데, 난 그날밤 지팡이에 의지했었다. 지난해 허벅지뼈의 죽은 기증뼈로의 교체한 수술은 그 후유증이 크다. 요즘 보행에 특히 어려움을 느끼는 건 같은 부위를 두 번 잘라낸 이유 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아! 내 인생... 그래도 이렇게 삶을 즐길 수 있으니... 다시 생각해 보면 감사를 넘어 황송!
 
그러나 내가 이날을 잊지 못할 이유는 딴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 난 놀라운 호의와 친절과 배려를 받았는데, 너무도 인상적인 경험이라서 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또 잊어서도 안 되고. 난 여러번 다짐했다. 나도 역시 그런 친절과 호의를 누군가에 반드시 되돌려주리라. 놀랍고도 돌발적인 방법으로. 그런  여운을 그나 그녀도 갖길 바라면서... 아, 아니지... 대가를 바라는 건 호의가 아니겠지!
 

 
여기나 경복궁 모두, 일단 입장시간보다 20분 일찍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 폰으로 전송된 예매번호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해설사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나는 맨 마지막 팀에 분류됐다. 뜻밖에도!!!... 나에게 주어지는 전동차 때문이었다. 내가 보행장애인이란 걸 확인한 담당자와 관련 직원분들의 돌발적인 제안 때문이었다. 
 
전기자동차? 궁궐 안에서의 전기자동차라... 이건 뭐 고종임금이나 순종임금께서 누렸을만한 호사 아닌가! 
 
난 거절했었다. 직원분들이나 고궁관리소 담당자들의 번거로움, 이 행사에 참여한 다른 분들과의 형평성 등... 난 많은 걸 고려해서 거절했다, 아주 정중하게. 
 
그러나 그분들은 진심으로 거듭 그 전동차 이용을 제안하셨다. 그래서 내가 빠지겠다고 했다. 그냥 내 일행들만 들어가고 난 빠지겠다고 했다.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안 가고, 행사 진행에도 용이하고.... 할 수 있는 모든 핑계를 골라서 빠지겠다는 핑계를 대봤다.
 
그러나! 아니다였다. 물론 내 친구들도 내가 기권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런데, 고궁 직원들과 행사 관련 스태프들은 한발 더 나가서는...별도의 담당자를 아예 내게 1대 1 도우미를 배당까지 하셨다. 모두 다 알겠지만 비원은 작은 산이라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될뿐더러 높은 계단을 통해야 경치 좋은 정자에 오를 수 있는 구조다. 그 모든 길을 그분이 함께 해주셨다.
 
 

내가 기권을 생각했던 데엔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난 그날 하필 설사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항암제, 바꾼 항암제가 초기엔 별 부작용을, 피곤함과 피부 트러블을 빼고는, 안 보이더니 하필 그날... 그 지독한 설사가 시작됐더라니... 인생 참 예측불허...
 

 
그래서? 그런데? 
입장하고 채 5분도 안된 시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복통이 왔다. 어쩌랴!
(디테일은 다음에...)
 

 

 

 
이날 내게 엄청난 친절을 베푸신 분, 그분의 친절과 호의는 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되돌려드릴 생각이다. 두 독일 친구들도 그분들의 호의를 첨부터 쭉 목격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놀라운 복지 수준에 놀랄 뿐이라고 감탄했다. 
 
난 물론 뮌헨공항과 코펜하겐 공항,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도 유사한 호의와 배려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유사한'이었다. 왜냐면 이번처럼 2시간 내내 내게 전담요원이 배당된 케이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의 아주 특별하고 진심어린 호의, 친절, 배려... 놀라운 경함이었다. 난 특히 그 담당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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