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내성의 원인: 오늘 진료시간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실 말씀이 아니라 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왜 내성이 생기는가? 에 대한.
"교수님, 표적항암제가 '표적'을 타격하는 항암제인데 왜 내성이 생기나요?"
"아! 모든 종양조직은 우리 신체 내 신생물입니다."
"신생물요?"
"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우리 몸에 없던 게 생기는 겁니다."
"네. 그건 교수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신생물이란 단어는 아니었지만."
"우리 몸의 일반적인 조직은 유전적으로 균일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
"하지만 암 조직인 신생물은 유전적으로 이질적인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이질적요?"
"네. 그러다보니 어떤 종양조직에 단일한 암세포뿐만 아니라 돌연변이에 의한 다른 성격의 암세포들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괴기스럽군요."
"네. 그러다보니 주도적인 암 조직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에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다른 성격의 돌연변이 암세포들에 대해서는 효과를 못 냅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다른 종류 내지는 돌연변이가 진화를 계속해서 전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암 조직을 기왕의 표적항암제로는 타격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니 그런 기전을 가진 돌연변이 조직인 종양조직, 그런데 그 덩어리 안에서 또 다른 돌변변이 종양조직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돌연변이 조직 속 돌연변이' 또는 '돌연변이 내의 돌연변이'라는 말이다.
항암제 내성: 내성, 항암제만 내성이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약에 내성이 있다고 한다. 하물며 최강 두뇌를 자랑하는 암세포들의 총명함, 그 총명함을 피해 갈 약이 존재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기나 한 걸까? 그러니 내성이 생겼다 한들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내성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항암제의 선택적 효과: 그런데 그런 약을 10년째 써오고 있고, 효과가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 경우였다고 한다. 양쪽 폐 속 다발성 폐전이암들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번 대퇴골 전이암 수술 전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그 대퇴골전이암이 재발하면서 어그러졌다.
양쪽 폐 속 다발성폐전이암에는 효과가 있는데 뼈로 전이된 암에는 효과가 없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2016년에 첫 번째 육종성변이가 나타났다. 그때도 대퇴골 절제 후 이식수수를 받았다. 그런 후 6년이 흘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범위로 전이암이 재발했다.
10년 먹은 약: 10년 동안 먹고 있는 항암제가 있다. 파조파닙이다. 제품명은 보트리엔트다. 이 약은 간독성이 너무 심해서 오래 먹기가 힘든 약이라고 암환자들의 항암제 복용을 모니터링하는 설명 간호사선생님이 말하는 그 약이다. 이 약의 부작용이 간독성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이 약이 표적항암제라고 불린 들 그래도 화학항암제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항암제들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모조리 갖고 있다. 심한 설사나 고혈압 등은 기본에 속한다. 그런 부작용들을 말하자면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하기야 모든 심지어 감기약마저도 사용설명서를 보면 깨알 같은 글씨로 부작용들이 나열돼 있으니 뭐…
내성과 특정 항암제 중단: 대퇴골 전이암과 파조파닙 사용 중단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 관계를 설명하는 데 구구절절 말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한다. 다발성 폐전이암엔 듣는데 육종성 변이에 의한 골전이에는 안 듣는다면 그 효과에 의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그러면 보험으로 커버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약 보험적용이 안 되면 약값이 장난이 아니다. 한 달 복용하는데 300만 원 이상이 든다. 용량을 높이면 당연히 더 든다. 부분적이면서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표적항암제를 그 비싼 돈을 주고 먹는 게 과연 경제적인 걸까! 내가 생각해도 안 그런데, 보험재정을 담당하는 곳의 생각은 어떨까? 보험심사평가원의 의견은 어떨까? 물으나 마나다.
항암제 내성 이후의 대책: 당연히 2차 약을 써야 한다. 2차약으로도 안 되면 면역항암제를 써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2차 항암제까지는 보험이 적용된다. 내가 내는 보험료와 내 파트너가 내는 보험료는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고가의 항암제에 비할 바가 못된다. 만약에 1,2차 표적항암제에서도 스톱된다면 진짜 난감해진다.
그럼 부분적이나마 효과가 있었던 1차약으로 돌아갈 수는 없나? 물론 표적항암제 2차약에서 효과를 못 볼 경우 다시 표적항암제 1차약으로 넘어갈 수는 있다고 오늘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보험적용이 안 된다. 그게 포인트다.
그 밖의 이야기: 오늘 진료에서는 항암제와 내성, 그것 말고도 이런저런 문답이 오갔다. 그러나 약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주가 됐었다. 시원섭섭함 속에서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는 과거 기억들이 날 회한에 젖게 만들었다.... 하기야 한 가지 약으로 이렇게 오랜 기간, 독하기로 유명한 투명신세포암을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여간 다행인 게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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