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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24

암삶 10-폐전이 진단, 절망마저 사치가 되는(2011) 그때 문득 어렸을 때 기억이 났다. 변함없이 그리운 고향은 예나 지금이나 아주 시골이다. 아주 한참을 걸어가야 오일장이,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서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아마 내가 11살쯤 됐을 때, 할머니 따라 시장에 갔었는데, 당시의 그런 5일장은 오늘날로 말하면 사람들로 가득 찬 큰 시장 내지는 대형 쇼핑몰쯤 될 거 같다,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다 오니 할머니가 안 보이셨다. 할머니를 찾아 헤맺지만 보이지 않으셨다. 그건 할머니 잘못이 아니었다. 내가 할머니가 기다리셨던 곳의 반대 방향으로 나왔던 거였다. 주변엔 어마어마한 인파들만 가득했고,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간신히 동네 어른 따라 집에 왔었는데, 절망 끝에 귀가한 후라서 지치고 어지러워 자고 싶었지만, 놀라고 무.. 2021. 8. 6.
암삶 9-암 폐전이 진단, 타 병원 확인진료 예약(2011) 나는 너무도 힘들었지만, 한 번만 더, 한 군데만 더, 전화를 해보고 잠을 푹 자고 싶었다.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정신도 없고 피곤하고... 어디든 쓰러지고 싶은 기분이었음에도... 몇 군데 더 생각나는 병원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거절당하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사람일이 다 그런 게 아니겠는가! 어쨌든 전화를 하고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사람은 딴 사람이 아닌 '나'여야 했다. 내 몸이고, 내 삶이니. 나는 머뭇머뭇 마지막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몇 번의 거절을 당한 후라 자신이 없었지만... 그걸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어쨌든... “Y 병원입니다” “예. 제가 진료 예약을 하고 싶은데요.” “등록환자 신가요?” “아니요.” “무슨 증상으로 어느 과를 원하시나요?”.. 2021. 6. 3.
암삶 8-암 진단 자체를 의심하며...(2011) 나는 집으로 돌아온 후 너무도 급격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아직도 어지럽고 붕 떠 있었다. 우선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난 빨리 다른 병원에서 확인 진료를 받고 싶었다. 물론 난 기본적으로 의사를 신뢰한다, 아주 많이. 하니만 동시에 난 그분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 생각한다, 나처럼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는. 물론 그분들은 고도의 전문가다. 의대 6년에 인턴에 레지던트에…. 아주 고도의 훈련을 아주 오랫동안 받은 전문가들임엔 틀림없다. 그러니 그들은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일 테고. 거의 모든 아픈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명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그분들과 상의하고 그분들의 조언에 따르며 몸을 맡기고, 생명을 의탁한다... 하지만 그분들도 인간. 피로나 착각, 스트레스로 인한 혼돈과.. 2021. 5. 31.
암삶 7-신장암 폐전이 진단, 즉시 수술 권유, 피곤함 그리고 무력감(2011) “그렇습니다. 부신도 망가졌습니다.”’ “그럼?” “떼어내야 합니다. “그럼 콩팥 하나를 몽땅 다요?” “예.” “교수님, 요즘에 부분 절제술도 있다던...” “예. 있습니다만 환자분께는...” “‘......” “자, 그럼 보호자께서는 입원 절차를 하시면 되시겠습니다.” “‘........” “자 그럼...” “잠깐요! 제가 좀 더 의논을 해보고 싶은데요…”’ “예. 그러세요. 하지만 서두르셔야 낼이나 모레 수술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아까 ‘할인’이라 말씀하셨는데?” “예. 사실 로봇수술이 한 3~4천만 원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병원에 새로운 장비가 들어와서…. 또 환자분의 상태가 시급하시고 해서 깎아드리고자 합니다….” “.......” 나는 그 의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다시 .. 2021. 5. 31.
암삶 6-신장암 폐전이 진단, 입원 권유, 그리고 수술하자는 말이 나오고(2011) 난 의사 선생님의 단정적인 말에 양쪽에서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거대한 고무줄이 끊어지는 듯 뒷머리에서 순간적인 굉음이 들리는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게 되고 머리도 아프고 다리에 아무런 힘도 안 느껴지고 그저 어지러울 뿐이었다.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자, 입원합시다." "예? 오늘요?" "그럼요. 서두르셔야 합니다." "……." "여기 이분요.., 이분께 입원 절차랑 이러저러한 수술 안내사항 좀 설명해 드려 주세요." " 교수님, 수술도요?" 이런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흐름에 나는 그저 혼이 나간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나의 보호자가 도착했다. 그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분의 말씀, 설명, 을 듣다 보면 그 누구도 놀라고 .. 2021. 5. 31.
암삶 5-그냥 암도 아닌 4기 전이암 진단(2011) 그 비뇨기과 교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 이번엔 초음파 검사를 하겠습니다.” “어디서요?” “여기서요.” “…...” “환자분, 잠깐 기다리세요.” “......” “김 선생! 여기로 좀 와봐요.” 그 비뇨기과 교수는 나의 옆구리 이쪽저쪽에 초음파 프로브를 움직이며 옆 진료실 쪽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다른 의사를 부르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순간적으로 혼동이 왔다. “또 다른 의사가 왜 필요할까?” “혹시 이분 이런 종양류에 대한 전문가가 맞을까?” 옆방에 있던 젊은 의사가 들어왔다. 큰 키에 짙은 검은색 뿔테를 끼고 있었다. 여기가 아니라 연구실에 있으면 딱 어울릴 분위기였다. 바지는 수술복인 듯 끝단이 넓은 7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예복에 가까운 흰색 재킷과 묘한.. 2021. 5. 31.
암삶 4-암이라는 소리는 천둥이 되고(2011) 전화가 연결되었고, 그 의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보세요? “……” “이런 말씀드리기가..... 참...” “…….” “급하게 병원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 “왜 병원으로 오라고 하느냐고요?” “……..” “환자분의 상태가 급하시기 때문입니다. 혈뇨도 계속되고 있고, 크기도 상당할뿐더러 다른 부위도 의심스럽습니다.” “……..” “한 40분 걸리신다고요?” “……..’ “괜찮습니다. 추가적인 검사 때문에 그 결과를 보기까지는 몇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그쯤에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흩어졌던 말의 조각들이 진실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했다. 한숨이 나왔다. 현기증도 찾아왔다. 어느 순간엔 그 의사의 목소리가 마치 한여름 밤 정자나무 밑에..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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