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삶/창작99 황진이에게 택배 가는 꿈 어느 시인이, 홀로 보내는 겨울 긴긴밤 한 토막을 잘라 두었다가 님과 보낼 밤은 달콤하고도 너무도 짧으니 그 한 토막을 이어붙여 긴긴밤을 보내겠다, 했다. 나는, 전이암 잘라낸 다리 통증에 잠 못 드는 밤 하필 겨울밤이라서 더 길게 느껴져 그 한가운데 싹둑 잘라 타임머신 얻어 타고 그 시인의 동창(東窓)으로 택배 가고프다, 한다. #황진이 2021. 5. 25. 당신의 슬픈 온기 이름도 안 물어봤네요. 별이 지고 아침이 오면 당신의 빈자리엔 어차피 온기만 남을 테니까요. 그저 조용하고 시린 밤 같이 있고 싶었다고 문자 보내신 게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요 해가 지고 석양이 서러웠던 날 눈 속 가득 금빛 노을 담은 채 날 바라봤던 그 밤이 시작이었네요 눈 감으면 그 밤들이 온기와 함께 보인답니다 손을 뻗어 당신을 안으려 하면 눈이 떠지며 달콤한 꿈이었던가 하지요 이제 내 눈도 빛을 잃어가고 숨이 벅차 떠나는 호흡을 붙잡고 늘어진답니다 당신은 어디 있나요 이슬이 아침 햇살에 사라지 듯 당신도 사라지는군요. 2021. 5. 25. 내게 행복을 주는 이 주변 사람 한 분, 사업이 시름시름하던 중에 코로나에 그 별 볼일 없다던 사업도 망했다 한다. 연이어 카드사와 은행의 독촉이 시작됐고, 갑작스레 몸살 기운이 있더니, 체중도 1주일 사이에 4킬로나 빠졌다 한다. 이젠 암을 의심한다고 한다.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반면에 어쩌다 잠깐 오는 행복은 쪼그마한 모습으로 혼자 온다. 불행은 그렇게 연달아 시도 때도 오건만 외부에서 주어지는 눈곱만 한 행복을 가지고 내가 과연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존재하는 행복, 그러나 외부에 눈이 팔린 나머지 있는지조차 몰랐던 행복, 시선을 안으로, 나에게로 돌리는 순간 그 무수한 행복이 깜깜한 어둠 속 별빛처럼 내게 쏟아진다. 2021. 5. 24. 더 오래 더 멀리 운동화 끈을 묶었었네 목표는 하나 더 오래 더 멀리 끊임없는 걷는 것 기차표를 샀었네 목표는 하나 더 오래 더 멀리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 이젠 운동화 신고 오래 걸을 수 없네 이젠 기차를 오래 탈 수 없네 짧아진 한쪽 다리로는 기울어진 척추로는 차의 시동을 거네 목표는 하나 더 오래 더 멀리 영원의 영혼의 행복을 위해서 2021. 5. 24. 내 삶이 아닌 삶 어떤 사람들은 가난한 삶은 비루하다 라며 비싼 집에서 비싼 거 먹고 비싼 차 한번 몰아보다 죽어야 한다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에 한 번 나와 이 사람 저 사람 호령하는 권력이라도, 아니면 하다못해 면서기라도 해보다 죽어야 한다 하고 어떤 이들은 월급 많이 받는 직장에서 깜짝 보너스 받아 가면서 부모 체면도 한번 세워주고 금빛 명함도 한 장 박아보며 살아야 한다고도 하고 재물은 있다가도 없고 혹여나 뺏기고 나면 없을 때 보다 더 부족함과 허전함을 느끼고 권력은 끊임없이 파벌을 만들고 반대편을 눌러야 해서 없는 웬수도 만들어 길 가며 주위를 경계해야 하고 악몽도 꾸어야 하고 월급이 많다한들 꼭 그만큼 근골과 머리를 써야 하고 때때로 누군가의 수족이 되어 내 삶의 시간인들 저당 잡혀야 하고... 2021. 5. 24. 빗줄기는 추억을 찢고 오늘 새벽 내리는 비는 나를 깨우고 창가의 빗줄기는 상처 난 추억을 깨웠다. 파편 되어가는 문자들을 다시 읽었다 그녀가 보냈던 내가 보냈던 폰 화면 가득 차게 줌 아웃했다 문맥이 잘리지 않도록 느낌이 잘리지 않도록 무수히 많았던 좋은 기원 무수히 깊었던 삶의 찬사 20년 넘게 이어진 끈 5년 넘게 이어진 연민 창을 타고 흐르던 빗물은 유리를 뚫고 튕겨져 내 얼굴 위 눈물 되어 흘렀다 빗물은 먼지 쌓인 유리를 가르고 눈물은 빛바랜 추억을 찢었다 2020년 마지막 날 20:57분 “2021에는 희망찬 한 해 보내세요~” 그 선한 미소 가득 실려 보낸 답장 난 그 답장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2021년 1월 중순 바람에 실려온 이름 그녀가 실려간 병원 이름 총명한 뇌를 덮치고 곧은 척추를 꺾고 하반신 이어주는 .. 2021. 5. 24. 잔가지는 봄바람에 휘청이고 추억은 내 몸이 중매를 서고 장소와 시간이 연을 맺어 낳은 선 굵은 나이테 추억의 나이테는 옆으로만 자라고 내 삶의 방향은 위로만 향한다 예 섰던 그곳 청춘은 어두워져 심재에 갇히고 남은 건 봄바람에 휘청이는 잔가지뿐 2021. 5. 24. 이전 1 ··· 11 12 13 14 15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