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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 때 vs 내려올 때 어느 성직자 말씀하시길, “올라갈 때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하십시오. 잠시 후 당신의 모습일 테니까요.” . . . . . . . . . “오르다 보면 . . . 내려올 일만 남습니다.” 2021. 9. 14.
햇살은 멜로디가 되어 햇살에 반짝이는 그대의 흰 블라우스 깃을 봅니다 보라색과 황금색이 백색에 연마되고 그 사이에서 부서진 햇살이 그대의 볼과 콧등에 튕깁니다 아스라이 펼쳐진 빛바랜 나뭇잎들 삭정이들을 매단 회갈색 가지들 그루터기에 홀로 앉아 따스한 햇살 아래 그렇게 앉아 . . . 신비로운 두 눈에 비친 햇살을 . . 잠시 그렇게 내게 튕깁니다 . 그렇게 당신의 햇살은 내게 눈부신 멜로디가 됩니다 2021. 9. 14.
내게 행복을 주는 이 주변 사람 한 분, 사업이 시름시름하던 중에 코로나에 그 별 볼일 없다던 사업도 망했다 한다. 연이어 카드사와 은행의 독촉이 시작됐고, 갑작스레 몸살 기운이 있더니, 체중도 1주일 사이에 4킬로나 빠졌다 한다. 이젠 암을 의심한다고 한다.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반면에 어쩌다 잠깐 오는 행복은 쪼그마한 모습으로 혼자 온다. 불행은 그렇게 연달아 시도 때도 오건만 외부에서 주어지는 눈곱만 한 행복을 가지고 내가 과연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존재하는 행복, 그러나 외부에 눈이 팔린 나머지 있는지조차 몰랐던 행복, 시선을 안으로, 나에게로 돌리는 순간 그 무수한 행복이 깜깜한 어둠 속 별빛처럼 내게 쏟아진다. 2021. 9. 14.
나의 한마디가 이토록 재앙이 되어...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이후로 많은 걸 되돌아보게 된다.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한 한마디가 다른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마음 상한 그가 운전대를 잡고 귀갓길 내내 나의 그 한마디에 분노하고 그 분노가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하고 그 질풍노도가 신호를 위반하게 해서 옆 차선 운전자를 방해할 수 있고 방해받은 운전자가 그의 옆 차를 치고 그 옆 차 속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을 수가 있다. 그 부상자나 사망자의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가 있고 그 빈곤함에 지친 2세가 세상을 향한 분노로 다른 이들의 재산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 대상이 회사나 조직의 지도자가 되지 말란 법도 없고...... 처음 나로부터 시작한 한마디가 그런 결과를 가져오듯이 세상엔 나만 있는 게 아닐 터 분자나 원자의.. 2021. 9. 14.
네가 왔던 그곳으로 서쪽으로 지는 해는 네 팔을 길게도 이끈다 무수한 흑장미 흩뿌려진 노을을 향해서 석양의 감촉이 네 몸을 간지럽힌다 검붉게 변한 해는 꽃잎을 낱낱이 부순다 어둠의 커튼이 열리고 흙빛 망토를 걸친 해는 네 손을 놓지 않는다 네 몸을 당긴다 네가 왔던 곳이라고 그렇게 감미롭게 속삭인다 그러니 이제 같이 가자고 그렇게 유혹한다 무대 너머 별빛에 물든 잔파도는 네 발등을 탐하고 네 몸을 눕힌다 차가운 감촉 네 몸을 얼리고 일어난 영혼은 어두워진 서쪽 하늘 별빛이 된다 네가 왔던 곳이라고 그렇게 감미롭게 속삭인다 네가 있을 곳이라고 그렇게 유혹한다 2021. 9. 14.
새벽을 가로질러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잠을 깨워 미안하다며 울음을 삼키며 전화했다 미리 말했어야 했다며 더 이상 그리움을 태울 힘조차 없다 했다 그날 새벽 비는 차가웠고 내 마음은 뜨거웠다 폰이 울리고 언제 도착하냐는 가녀린 목소리가 바람결에 날렸다 2시간 후면 널 볼 수 있다고 했다 말하기엔 말할 게 너무 많았다 한없이 수다스러운 침묵을 두 눈에 실어 내게 보냈고 나도 보냈다 간절한 그리움 한가득 두 얼굴 하나가 될 때까지 이마를 비볐다 포개진 두 입술 타오르는 숨결을 훔쳤다 쿵 꽝 거리는 두 개의 가슴 하나가 될 때까지 한없이 느꼈다 이제 출발하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땅거미 지면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말했다 그날 첫 질문 마지막 대답이 그랬다 그녀의 눈물은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 내 볼에 떨어졌고 .. 2021. 9. 14.
달빛이 스러지면 자정을 넘긴 듯했으나 소녀의 두 눈 속엔 아직 달빛이 머물렀다 그 달빛을 쫓아 다가온 소년의 두 눈에 놀라 소녀의 눈은 달만큼 커졌다 몇 잎 남지 않은 벚꽃이 소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그녀의 발걸음도 떨어졌다 돌아선 그녀 뒤로 긴 그림자가 깨어났고 그림자는 소년을 휘감아 끌었다 소년은 누웠고 소녀는 문 가에 앉았다 그는 올려다봤고 그녀는 내려다봤다 창호지 창살 사이로 스러지는 달빛은 그 둘을 재촉했다 소녀의 방문 밖 바깥마당엔 라일락 첫 봉우리 수줍은 듯 웃었고 그 향기에 취한 소녀의 얼굴엔 핑크빛 침묵이 흘렀다 침묵으로 요를 깔고 라일락 향기로 소년의 시린 마음을 덮었다 소년은 그때 알았다 침묵의 소리가 그토록 크고 침묵의 여운이 그토록 깊다는 것을 멀어지는 달빛을 기다려 문틈 사이로 은하수 강이 흘..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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