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932 시나몬 라테에 얹힌 하트 어깨를 잠시 스쳤나 봅니다 당신은 잠시 뒤돌아 봤고 나와 당신의 눈은 순간 만났습니다 난 웃었고 당신은 잠시 서있었습니다 난 두 팔을 벌렸고 다가온 당신은 미안합니다는 말로 사랑의 문을 열었습니다 당신은 손을 뻗어 내 폰을 가리켰습니다 하늘색 바탕에 흰색 번호로 새겨진 당신의 암호 폰을 다시 건네며 수화기 아이콘을 가리키고는 당신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피칸 시나몬 라테 위에 그려진 두 개의 하트 퇴근길 당신이 내게 선물한 메뉴 위에 난 새와 하늘과 구름을 얹었습니다 당신은 생크림 거품 예쁜 캐러멜 마키아토 위에 얹은 사랑과 바람과 창문과 발코니가 생각난다고 말했습니다 두 개의 하트가 없어질 즘 차를 몰아 공항 근처 바닷가를 달렸습니다 길 옆 하얀 건물이 파도에 부서질 때쯤 발코니와 창문과 바람에 날.. 2021. 9. 14. 추억을 위해 두 눈 감으리 어둠이 내리건만 창밖은 불빛으로 다시 환해지고 난 두 눈을 감는다 그해 봄에도 그랬다 어둠이 내리고 그녀의 눈길을 쫓던 내 눈길이 그녀의 눈동자에 닿았을 때 달빛 물든 배꽃은 그녀의 창백했던 두 볼을 복숭아 꽃물로 물들였고 그녀가 던지는 눈길은 식지 않는 별똥별이 되어 내 깊은 곳 어디 식지 않을 불길을 당겼다 붉게 물든 그녀의 입술이 내 이마를 덥힐 때 내 마음 파르르 떨었고 난 두 눈을 감았다 감긴 두 눈 속으로 별빛 된 그녀가 들어왔다 아 눈 뜨면 사라질 사랑이여 눈 감으면 찾아올 추억이여 2021. 9. 14. 동네 유지 모임에 꼽싸리 낀 4기 암 환자-반기 엊그제 회의에서 심각한 반란이 있었다. 임원 한 명이 회의 중에 마른하늘에 번개 치듯 책상을 꽝! 하며 박차고 일어났다. 어찌나 강도가 쌨던지 태풍에, 해일에... 바닷가였었다면 바닷물이 다 뒤집힐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 탁자 위에 놓여있던 컵들이 흔들리며 그 안의 물이 튕겨 올랐다. 내 책상도 들썩들썩했다. 눈들이 다 휘둥그레졌다. "당신 말이야! 어디서 그따위 짓거리들을 배워 처먹은 거야?” “......” 그렇게 말한 분은 60 대 중반, 그 말의 목적지에 해당하는 분은 1년 후면 60. “어디 의자를 모셔다 회장 엉덩이 밑에 받쳐주고 말야. 그 엉덩이가 금딱지야! 그런 짓은 당신 남편한테나 해!’ “......” 어떤 사람은 쥐구멍이 어디냐? 하는 주눅들은 눈길들을, 어떤 이들은 누가누가 큰 눈을.. 2021. 9. 14. 4기암과 11년 살기-딸과 4기암 아빠 1 암 환자가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웬만한 항암제 못지않다고 한다. 항암제는 암 환자에게는 마치 구세주나 불로초라도 되는 것처럼 뽐내지만 그와 비례해서 원치도 않는 부작용을 참 많이도 가져온다고 하는데, 내 경우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좋은 먹거리나 충분한 잠은 부작용은커녕 꿀맛이며 단맛뿐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나야 적게 먹는 소식이 스타일이 됐으니 여전히 적게 먹고 있으나, 잠의 경우엔 짧으나 단잠을 잤었는데... 그것도 옛날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여적까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혹시라도 항암제 덕분이라는 생각이 간혹 간혹 들지만... 항암제를 먹어댈수록 몸이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해지니...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요즘 딸과의 관계까지 더하고 나니 참 난감하고 미묘한 상황에 .. 2021. 9. 14. 암삶-전이된 다리뼈와 절단 후 이식, 장애 판정기준의 합리와 불합리 2016년 여름은 나에게 아주 특별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특별하다’는 말은 그런 경우에 쓰는 말은 아닐 듯하다. 다른 표현을 찾아내기 위해 좀 더 머리를 써서 궁리하자면, 오히려 ‘상상 그 이상’, 아니면 ‘ 절망의 저편’이었다고 말하는 게 당시의 느낌에 더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그랬었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랬다. 돌이켜보면 그해 여름 이전까지는 예행연습, 아니 ‘예방주사’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2016년 막 여름이 시작되던 6월 초입에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진단을 받았었다. "환자분은 다리를 잘라야겠습니다." "예?" "전이된 부위가 광범위합니다." "그래도 제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살릴 수도 있을 것처럼 말씀하셨었는데요......." "그래요? 아닙니다. 살리지 못합니다.. 2021. 9. 14. 두 종류의 암, 그녀의 독창적인 항암요법-4기암과의 동행, 2019 가을 셰리는 2주일에 한 번씩 샌프란시스코로 긴 여행을 한다고 했다. “왜 2주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 “항암 여행하러.” “항암 여행?” “어.” “얼마나 걸려?” “1박 2일!” “오래 걸리네, 셰리.” “어디서 자?” “모텔이나 호텔.” “누가 운전해?” “내가 하기도 하고 남편이 하기도 하고.” “왜 그 먼 길을 차로가?” “난 운전이 좋아. 가면서 산도 보고, 나무도 보고, 바다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안 피곤해?”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여행하는 게 좋기도 해.” 남부 오리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꽤 먼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오리건 메드포드 공항까지 오는 데 1시간이 넘겨 걸렸었으니 가까운 거리는 절대 아니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터였.. 2021. 9. 14. 암이 폐로 전이되는 이유, 유방암과 갑상선 암환자의 항암제 거부의 결과- 4기암과의 동행, 2019 가을 물론 그녀와 내가 공통점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엄청난 차이점도 많자. 그녀에겐 갑상선이 없지만 나에겐 있다는 것, 그녀는 두 가지 암을 갖고 있지만 나는 아직은 한 가지 암, 그녀는 자연스러운 실버 모발이지만 나는 항암제 변색 실버 헤어, 그녀는 항암제를 거부하고 있지만 나는 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녀는 부자인 반면 나는 가난하다는 것, 그녀는 숲 속에서 살지만 난 도심 한가운데에서 산다는 것,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 속 길을 따라 쭉 올라가지만 나는 도심 속 길바닥에서 쭉 올라와 우회전해서 달동네 비슷 꼭대기에 산다는 것...... 어쨌든... 그녀는 꽤 심각한 단계의 갑상선암을 갖고 있었다 했다. 의사의 조언은 “무조건 떼내야 한다!”였다고 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떼어냈고, 10년.. 2021. 9. 14. 이전 1 ··· 110 111 112 113 114 115 116 ··· 13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