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삶/창작99 나무가 세월 따라 잎을 변화시키듯 먼저 난 잎은 지고 새 잎이 나고... 4기 전이암 진단 후 깨달은 ‘나의’ 삶에 대한 단 하나의 진실. 삶에 있어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건 변한다! 는 것 내 몸과 마음이 콩팥 두 개에서 하나인 상황에 맞춰 변하고, 숨 쉬는 폐엽이 5개에서 4개인 조건에 맞춰 변하고, 달리고 뛰던 것에서 지팡이 짚고 절뚝거리는 현실에 순응해 변하고…… 얼마 전에 산 가재 두 마리, 어느새 한 마리는 탈피를 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다른 가재도 그랬다.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탈피하지 못하는 가재는 죽는다. 변해가는 몸에 맞춰 작아진 갑옷은 벗어야 한다. 그대로 멈춰 있으면 으스러져 죽거나 과거의 갑각 속에 갇힌 채 고통과 함께 스러질 것이다. 내 몸도 나이를 먹어 간다. 그렇잖아도 세월에 따라 순리를.. 2021. 8. 29. 행복한 삶을 위한 독백 암 진단받고 바꾼 게 꽤 된다 담배를 딱 끊었다 대략 하루에 한 갑에서 갑 반 피웠었다 술 끊었다 2번 째 병원에서 어차피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잠깐 몇 개월 폭음했지만 곧 진정하고 알콜을 멀리하고 있다 육류, 거의 안 먹는다 가공식품, 거의 안 먹는다 채소, 무지 먹는다 거칠고 날 것들을 입에 자주 넣는다 밥이건 반찬이건... 모두 암에ㅡ찢기고 암에ㅡ잘려나간 몸뚱이를 달래기 위해서다 콩팥 한 개 폐 한 조각 다리뼈 한 토막 을 위해서 달콤한 음식보다는 거칠고 날 것으로 위로한다 바꾼 것들이 음식만은 아니다 단어도 바꿨다. 완치 미련 아픔 우울 불안 좌절 후회 번민 두려움 희망고문 일류 최고 명문학교 엘리트 부자 부촌 부티 고급 최고급 세련 경쟁 우승 1등 우등생 상위권 고액 출세 고수익... 모두.. 2021. 8. 26. 어둠 속 가을의 유혹 어느 늦여름 밤 헤드라이트 불빛에 밀린 어둠이 길 옆으로 밀려나가던 그날 밤 난 휴게소에 들렀지요 한쪽 겨드랑이엔 세상의 무게를 버티고자 목발을 하고 있었더랬지요 난 음식을 주문했고 한산한 홀 안 탁자에 지친 몸을 의탁했습니다 찌개가 끓기 시작할 즘 돈과 교환된 번호가 날 일으켰고 난 목발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다가왔습니다 대신 갖다 드려도 되겠냐는 부드러운 말에 놀란 가슴은 머리와 다른 말을 밀어냈지요 괜찮다는 말 대신 안 그러셔도 된다는 말 대신에요 당신이 받아온 쟁반의 무게는 당신의 하이힐을 위태롭게 보이게 했었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사이에 두고 놀란 마음에 알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고맙다는 말 대신 드렸고 당신은 환한 웃음으로 되돌려 주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해를 보내고 달을 보내며.. 2021. 8. 16. G선상의 아리아에 부딪친 작별 당신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술 한 잔이 더 필요한지 그날 별빛에 부딪힌 당신의 눈빛이 달빛 돼 잃었던 눈물을 깨울 때 난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불현듯 일어나 턴테이블에 불을 밝혔고 쏟아진 G선상의 아리아는 당신을 밀어 내 앞에 놓았더랬지요 잔을 들어 수줍게 웃으며 당신은 다시 한번 별빛을 눈빛에 담았고 난 당신의 잔을 받아 당신의 목을 받쳐 선율에 감긴 내 마음을 당신 입에 쏟았고 당신 심장의 울렁임이 내 가슴을 터지게 만들었더랬지요 그때도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쏟아지는 당신의 눈빛이 움직이는 잔에 담긴 출렁이는 포도주 물결 위 자주색으로 물들 때까지도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고 당신도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밤이었는지를 2021. 8. 9. 인연이 논리가 될 때 당신이 느낄 때 난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눈으로 말할 때 난 입으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느낌으로 날 사랑할 때 난 논리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표정으로 날 보냈고 난 논리로 당신을 보냈습니다 2021. 8. 5. 웃음거리 사랑 당신이 날 보며 웃을 때 난 기적을 보나 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다가왔을 때 온갖 행운이 내게로 다 오나 했습니다 화사한 오월의 라일락 밑에서 8월의 해바라기 노란 물결 속에서 걸을 때 같이 걸을 때 오색 무지개 위를 걷나 했습니다 나의 오른손이 당신의 왼손에 나의 아랫입술이 당신의 윗입술에 포획됐을 때 세상의 행복이 모든 행복이 다 내게 머무나 했습니다 찬 바람이 불어오고 당신의 손이 차가워지고 당신의 달콤한 숨결이 더 이상 더 이상은 부드럽지 않음을 느낄 때 낙엽과 함께 당신의 미소도 떨어졌습니다 손을 놓지 말아 달라는 애원은 흩뿌리던 가을비에 쓸려갔고 나의 당신에 대한 사랑은 웃음거리가 된 채 저 멀리 굴러갔습니다 2021. 8. 4. 천지지평 만인만색 하늘과 땅은 공평하다는 거 하늘과 땅은 늘 날 일깨운다 백신을 안 맞으면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나 감염되면 암으로 죽는 것보다 더 빨리 목숨을 잃거나 죄 없는 타인에게 옮길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것 하늘과 땅은 날 일깨운다 벌새는 1분에 1200번의 심장박동을 한다는 것, 힘들거라는 것 하지만 보상으로 유일하게 뒤로도 날 수 있다는 거 가까이서 보면 사진 찍어 확대해 보면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색은 다 가졌다는 것 하지만 냄새는 맡을 수 없다는 것 하늘과 땅은 공평하다는 걸 배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연봉 높은 직업을 가지면 달콤 달콤 돈 맛을 보지만 동시에 한가롭게 여유롭게 팔자 좋게 게으름뱅이처럼 살 수는 없다는 거 한꺼번에 두 개를 쥘 수 없다는 것 .. 2021. 7. 31.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5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