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삶/창작99 침묵의 연(緣) 내가 16살로 막 넘어왔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날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주변으로 침묵이 내려왔다 난 그 침묵을 봤다 나는 건넌방과 안방 사이 문지방에 서있었다 할아버지의 가녀린 눈가에서 고요함이 올라왔다 난 그 고요함을 봤다 아무도 침묵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들을 수 있을 뿐이라 했다 아무도 고요함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느낄 수 있을 뿐이라 했다 난 그날 침묵도 고요함도 봤다 스러지는 이승의 삶을 향해 침묵의 정적으로 내려와 일어서는 저승의 삶을 부축해 고요함의 세계로 올라가던 끊어지지 않을 연(緣)을 봤다 2021. 9. 14. 별빛이 머무는 곳 반짝이는 별이 보고 싶을 땐 난 당신의 눈을 봅니다. 당신의 눈 속에 가득 찬 반짝이는 별을 봅니다 흩뿌려진 은하수가 보고 싶을 땐 난 당신의 눈으로 들어갑니다 당신의 눈 속에 펼쳐진 흩뿌려진 은하수를 봅니다 반짝이는 당신의 눈빛 나를 들어 올려 은하수 위에 올려 영원으로 흩뿌립니다 2021. 9. 14. 올라갈 때 vs 내려올 때 어느 성직자 말씀하시길, “올라갈 때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인사하십시오. 잠시 후 당신의 모습일 테니까요.” . . . . . . . . . “오르다 보면 . . . 내려올 일만 남습니다.” 2021. 9. 14. 햇살은 멜로디가 되어 햇살에 반짝이는 그대의 흰 블라우스 깃을 봅니다 보라색과 황금색이 백색에 연마되고 그 사이에서 부서진 햇살이 그대의 볼과 콧등에 튕깁니다 아스라이 펼쳐진 빛바랜 나뭇잎들 삭정이들을 매단 회갈색 가지들 그루터기에 홀로 앉아 따스한 햇살 아래 그렇게 앉아 . . . 신비로운 두 눈에 비친 햇살을 . . 잠시 그렇게 내게 튕깁니다 . 그렇게 당신의 햇살은 내게 눈부신 멜로디가 됩니다 2021. 9. 14. 내게 행복을 주는 이 주변 사람 한 분, 사업이 시름시름하던 중에 코로나에 그 별 볼일 없다던 사업도 망했다 한다. 연이어 카드사와 은행의 독촉이 시작됐고, 갑작스레 몸살 기운이 있더니, 체중도 1주일 사이에 4킬로나 빠졌다 한다. 이젠 암을 의심한다고 한다. “불행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반면에 어쩌다 잠깐 오는 행복은 쪼그마한 모습으로 혼자 온다. 불행은 그렇게 연달아 시도 때도 오건만 외부에서 주어지는 눈곱만 한 행복을 가지고 내가 과연 자존감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존재하는 행복, 그러나 외부에 눈이 팔린 나머지 있는지조차 몰랐던 행복, 시선을 안으로, 나에게로 돌리는 순간 그 무수한 행복이 깜깜한 어둠 속 별빛처럼 내게 쏟아진다. 2021. 9. 14. 나의 한마디가 이토록 재앙이 되어...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이후로 많은 걸 되돌아보게 된다.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한 한마디가 다른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마음 상한 그가 운전대를 잡고 귀갓길 내내 나의 그 한마디에 분노하고 그 분노가 그의 평정심을 잃게 하고 그 질풍노도가 신호를 위반하게 해서 옆 차선 운전자를 방해할 수 있고 방해받은 운전자가 그의 옆 차를 치고 그 옆 차 속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을 수가 있다. 그 부상자나 사망자의 가족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가 있고 그 빈곤함에 지친 2세가 세상을 향한 분노로 다른 이들의 재산이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 대상이 회사나 조직의 지도자가 되지 말란 법도 없고...... 처음 나로부터 시작한 한마디가 그런 결과를 가져오듯이 세상엔 나만 있는 게 아닐 터 분자나 원자의.. 2021. 9. 14. 네가 왔던 그곳으로 서쪽으로 지는 해는 네 팔을 길게도 이끈다 무수한 흑장미 흩뿌려진 노을을 향해서 석양의 감촉이 네 몸을 간지럽힌다 검붉게 변한 해는 꽃잎을 낱낱이 부순다 어둠의 커튼이 열리고 흙빛 망토를 걸친 해는 네 손을 놓지 않는다 네 몸을 당긴다 네가 왔던 곳이라고 그렇게 감미롭게 속삭인다 그러니 이제 같이 가자고 그렇게 유혹한다 무대 너머 별빛에 물든 잔파도는 네 발등을 탐하고 네 몸을 눕힌다 차가운 감촉 네 몸을 얼리고 일어난 영혼은 어두워진 서쪽 하늘 별빛이 된다 네가 왔던 곳이라고 그렇게 감미롭게 속삭인다 네가 있을 곳이라고 그렇게 유혹한다 2021. 9. 14. 이전 1 ··· 5 6 7 8 9 10 11 ··· 15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