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삶392 단순이 그립다 4기 전이암이라는 청천벽력을 40대 중반에 받았을 때 놀랐다기보다는 황당했었다. 그 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겼었다. 맘도 다잡었고. 그런 중에 내 삶의 모토를 바꿨다. ‘단순한 게 좋다.’ 말을 단순하게 하자. 난 이게 화날 때 말고는 안 됐었다. 대부분 장황설이었다. 암 진단 후 극단적인 단문을 구사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질문이 많아졌다. 내가 너무 짧게 말해 정보가 없다며... 옷가지를 단순화했다. 2년 이상 안 입은 옷들을 몽땅 재활용했다. 재활용 수거함에 다 넣어버렸다. 청바지 두어 개, 반팔 티 몇 개, 운동화 몇 개... 옷장이 널찍해졌다. 책장을 정리했다. 대부분의 책들을 고물상에 팔았다. 내가 억만금을 주고도 못 살 지혜를 얻었던 책들... 그것들이 몇백 원, 몇천 원의 가격이 메겨졌.. 2022. 5. 26. 요양병원 나와 아버지와 괜찮은 식사 행담도를 지나 당진께 와도 연휴 분위기 물씬이다. 상행선은 널널한데, 하행선이 꽤 밀린다. 인생은 참 살만하다. 특히 여행이 있는 삶은 더 그렇다. 아무리 농경문화로, 도시생활로 정착에 접어들었다고 하나 내 생각엔 인간의 몸엔 역마살 DNA가 꿈틀댄다. 아니라면 저리 막 떠돌아다닐 리가 없다. 집콕이라 해도 집안에만 있을까? 울 안을 벗어나 마당으로 고샅길로 헤매고 다니고 있지 않는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쯤 오니 비로소 여유로워졌다. 이때다. 110킬로 크루즈 컨트롤 맞춘다. 거기에 직선도로다. 무릎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는다. 카메라 사진 찍기 좋은 각도다. 오늘 타는 차는 게딱지만 한 차다. 그래서 다 작다. 양쪽 무릎으로 핸들을 잡을 수 있다. 물론 직선도로에 차가 없는 동안 잠깐이지만.... 아래 .. 2022. 5. 4. 이웃님 덕분 과일배 터졌던 날 지난 토욜? 윗집에서 전화가 왔다. “문 똑똑했는데... 응답이 없어서요.” “앗! 일 좀 하고 있었는데, 노래를 듣고 있었지요.” 난 그날 밀린 것들 정리를 하고 있었다. 즐겨 듣는 DM의 를 들으면서... “아! 죄송합니다만, 제가 뭘 잘못했나요? ㅎㅎㅎ” “ㅎㅎㅎ 그게 아니고 며칠간 좀 시끄러워서요.” “왜요?” “세입자가 새로 이사 들어오면서 아무래도 좀...” “하, 살다 보면 흔한 일 아닌가요!” “그래도...” 이 양반 모 방송사 이사대우라나 뭐 그렇다. 울나라 젤 좋은 학교(그 기즌이 뭐?ㅎㅎ) 나왔다고...그니 어머님 자랑 대단하셨었다. 그랬건 안 그랬건 내 알바는 아녔었다. 난 고질병이 여럿 있다. 그중엔 이런 게 있다. “그 집 엄청 부자래요!” “아! 그래요?” “네. 집이 32억이.. 2022. 5. 2. 관계는 나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는다. 진단 전에는 그 관계들은 그냥 관계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날, 삶을 정리할지도 모르는 4기 전이암을 진단받은 후부터는 그 어떤 관계도 그냥 관계일 수는 없게 되었다. 부모-자식 간 또는 형제 간 관계 등과 같이 유전자를 공유하는 관계, 처음에는 관심과 사랑으로 시작했으나 계약으로 변해갈지도 모를 부부관계, 동성 간이건 이성 간이건 친구 사이라고 불리는 관계 등 뭐라 부르던 나는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최근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다. 진작부터 읽고 싶었으나 무슨 꾀죄죄한 책 같아서 미루고 미뤘던 책이다. 최근 부모님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리고 딸과의 관계를 반추하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읽고 싶었다. 난.. 2022. 5. 2. 무조간만남_딸과의 돌발적 조우 1-예감 어제는 딸과 돌발적 조우를 했다. 돌발적이라는 말도 뜻밖이라는 뜻이 들었다지만, 조우라는 말에도 뜻밖이라는 의미가 들어있단다. 얼마나 뜻밖이었으면 그 두 단어를 겹쳐 쓸까! 밖에서 딸을 만나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쳐다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그런데 아주 가끔 그렇지 않은, 아니,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어제는 오랜 지인을 만났다. 우리 동네에서 치킨집을 했었다. 아주 오랜 기간 했었다. 내가 지금의 동네로 이사 온 게 20년이 넘는다. 딸, 샛별이 아마 12 개월일 때였을 듯하다. 난 밤늦게까지 일하곤 했었는데, 그래도 동네에 오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에 프라이드치킨 날개 몇 조각을 먹는 건 길었던 하루를 마감하는 기쁨 중의 하나였다. 아~~아름다운 그 시절... 아, 시원한 생맥주가 아녔.. 2022. 4. 25. 인사동 1 서울 인사동 인사동, 20대와 30대 때 뻔질나게 들르던 곳이다. 그런데 50대가 돼 또 뻔질나게 들락거리고 있다. 세월도 참 많이도 흘렀고, 인사동 모습도 그에 못지않게 변했다. 얼마나 변했는지 여기가 거긴지 알 수 없는 곳 천지다. 그러니 그때 인사동이 요즘 인사동은 아닌 것이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내용은 그렇다, 행정구역이라는 형식은 아니지만. 80년대 서울대병원 인연 고등학생일 때 난 충남 공주란 곳에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었다. 만성 담마진이라고 진단받았지만, 사실은 극심한 알레르기였다. 그 알레르기는 지금도 속 썩이는데, 이젠 피하는 법을 알아서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엔 엄청난 증상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와야만 했었다. 여러 병원을 거쳐 결국엔 혜화.. 2022. 4. 20. 오는 듯 가는 듯 오는 듯하더니 가는 당신 피는 듯 지는 목련인 듯합니다 가는 당신의 뒷모습 아지랑이인 듯 허공에 스밉니다 마음 돌려 마당을 걷습니다 모퉁이 진한 라일락 향 첫사랑을 불러옵니다 2022. 4. 16.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56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