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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맘을 씻고 두 눈을 크게 뜬다 불어오는 봄바람 고였던 눈물 말린다 창문을 연다 맺힌 라일락 꽃봉오리 그새를 못 참고 창백한 얼굴에 스민다 바닥을 본다 아지랑이 영겁을 맘 조인 듯 땅을 뚫고 기지개 켠다 내 맘 뚫고 기지개 켠다 두 눈을 더 크게 뜬다 하늘을 본다 태양을 본다 내 맘 아지랑이 되어 해 주위를 감싼다 무지개로 감싼다 내 맘 한번 허공에 던져본다 겨드랑이 스치는 산들바람 내 맘 간지럽히는 봄바람 부드럽게 살 속 스민다 2022. 3. 29.
날 보내지 마세요 당신이 떠날 때 나도 당신을 떠날 겁니다 당신이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날 때 당신과 함께 했던 이들도 어딘가 멀리 떠날 겁니다 한 상에서 밥 먹던 이 그저 한때의 인연으로 같이 나누던 저녁 그저 한때의 일로 남겨진 채 망각의 강을 건너 물안개로 흩어져 저 먼 곳으로 떠날 겁니다 지나간 날들이 그토록 많아 뒤돌아 보지만 생각나는 건 끊기고 잘린 짧은 기억들뿐 당신이 떠날 때 당신의 기억도 떠나겠지요 당신의 기억이 떠날 때 당신 기억 속 나도 당신을 떠나겠지요 함께 했던 시간 함께 부르던 노래 함께 했던 우리는 어딘지 모를 곳으로 사라지겠지요 남은 건 기억의 파편뿐 새날 새빛 찬란한 순간들은 더는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막이 내리며 당신의 무대가 저물 때야 아시겠지요 2022. 3. 13.
Live Free or Die Live Free or Die! 내가 20대 초반에 알았던 어느 친구는 이 말에 무척 민감했다. 당시 그 친구는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놀랍게도 스키 장학생이라 했다. 플로리다-해변-서핑, 그렇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더운 곳에서 스키라? 첨에 무척 놀랬었다. 하지만 이 친구를 더 잘게 되면서 그게 그리 이해 못 할 바는 아녔다. 자유와 파격이 몸에 밴 친구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 친구는 머리가 무척 길었다. 마치 금발을 자랑이라도 할 것처럼. 그런데 그는 꼭 기타를 메고 다녔다.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여행 왔던 그는 서울거리를 거닐 때도 예의 기타를 메고 다녔다. 그가 귀국 후 자기 사진 몇장을 보내줬다. 그 사진을 보면서 자유가 뼛속가지 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1. 12. 3.
믿고 꿈꾸고 때론 훌쩍 떠나고 싶다 돌아올 길 없는 곳으로 때론 낭떠러지를 건너고 싶다 건너면 끊어질 다리를 건너 때론 절실히 느끼고 싶다 고독의 바다에 홀로됨을 때론 믿고 싶다 사랑이 끝나면 당신도 곧 떠난다고 때론 보고 싶다 날 두고 간 당신 약해진 모습을 때론 아니 늘 안다 당신 없이도 잘 사는 나를 하지만 늘 꿈꾼다 돌아올 길 없는 길 떠나는 나를 하지만 안다 오늘 밤 꿈 꾸고 싶다는 걸 사실은 나 없이는 약한 당신을 사실은 당신 없이도 강한 나를 2021. 11. 21.
내 곁에 오늘 밤 만이라도 당신이 침묵할 때 난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흐르는 심장의 박동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멀리 떠나 있을 때 난 당신의 미소를 볼 수 있습니다 내가 가는 어는 곳 모든 곳 당신의 얼굴을 봅니다 당신의 미소를 봅니다 돌아온 당신 없는 불 꺼진 방 당신의 체취는 사정없이 얼굴을 덮칩니다 심장은 고통에 터지고 사무치는 그리움에 마음은 몸을 떠납니다 이렇게 오늘 밤 눈물로 얼굴은 또 얼룩집니다 2021. 11. 19.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암 환자 빵 사랑과 길가 풍경 그리고 대배기량 차 오늘 이른 아침, 시내에 나갔다. 서울역 정도에서부터 세상이 격랑의 세월로 빠져드는 듯 보였다. 간만에 광화문을 통과했다. 이어서 삼청동을 거쳐 도심 속 산을 통과해 성북동에 갔다. 거기서 좋아하는 빵집이며 좋아하는 오랜 친구를 만났다. 돌아오는 길은 광화문이 아닌 조계사 앞을 지나 명동을 스치며 남대문을 지나 서울역을 통과했다. 점심때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길마다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늦가을의 막바지이자 겨울의 초입인 11월 중순, 벌써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졌다. 서울역에서부터 경찰관들과 경찰차량들이 도로 양쪽에 도열해 있다. 시내는 가로수고 뭐고 보이는 게 없었다. 그 긴 행렬은 끊일 줄 모르고 남대문께까지 여전했다. 그러더니 남대문을 스치면서 차선이 한두 개로 줄어들었고, 특이 차량들을 검문하.. 2021. 11. 13.
너무 늦을 때란 없다-백세주 미국 형 얘기 3, 두 가지 암의 그 여친 바로 그녀의 암이 문제였던가 보다. 갑상선암과 유방암! 하나도 아니고 두 개의 암을 가진 여자. 그런데도 사랑을 찾는 여자. 두 가지 암을 갖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여자와 함께 하고 싶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그것도 4박 5일은 운전을 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을 향해 길을 떠나려는 남자. 그 두 사람이 한 집에 살며 부대끼며 살고 싶었던가 보다. 그런데 그러면 됐지 뭐가 또 문제였었을까? 그 형이 날 찾아온 것은 아픈 동생을 보고 싶은, 20년이 넘는 동안의 우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1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나와 있었지만, 간혹 간혹 물어보는 말들은 그가 뭔가를 고민하고 있고, 답은 못 내고 있고, 그것에 관해서 나와 얘기하고 싶어 한다는 것를 암시하고 있었다. 드디어 어느 날 내게 물었다.. 202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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