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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뮌헨 10-뮌헨 ‘독일 박물관’에 들러서 박물관은 참 많은 걸 말해준다.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거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신의 영역이라 할 미래마저 잠깐만이라도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런 재미로 어디를 가든 박물관을 먼저 가고 싶은 마음이다. 여주에 가도, 이천에 가도, 공주든, 부여든, 익산이든, 경주든 그렇다. 아니면 수학여행하면 으레 박물관을 필수코스로 했던 게 추억이 돼서 일까? 하여간 그렇다. 그런데, 건물 안에 박물관이 있는 도시도 있고, 도시 또는 마을 전체가 박물관 같은 곳도 있다. 뭐, 박물관 안에 도시가 있다? 정도? 서울도 그 중 한 곳이겠지만, 뮌헨도 그럴 거란 생각이다. 과거, 지나간 시간이고, 다시 못 올 시간이라지만... 과거를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그렇다. 뭐 안 좋은 사람, 그 사람과의 과거야 빨리 버릴수록 좋을지.. 2021. 8. 1.
천지지평 만인만색 하늘과 땅은 공평하다는 거 하늘과 땅은 늘 날 일깨운다 백신을 안 맞으면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나 감염되면 암으로 죽는 것보다 더 빨리 목숨을 잃거나 죄 없는 타인에게 옮길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것 하늘과 땅은 날 일깨운다 벌새는 1분에 1200번의 심장박동을 한다는 것, 힘들거라는 것 하지만 보상으로 유일하게 뒤로도 날 수 있다는 거 가까이서 보면 사진 찍어 확대해 보면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색은 다 가졌다는 것 하지만 냄새는 맡을 수 없다는 것 하늘과 땅은 공평하다는 걸 배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연봉 높은 직업을 가지면 달콤 달콤 돈 맛을 보지만 동시에 한가롭게 여유롭게 팔자 좋게 게으름뱅이처럼 살 수는 없다는 거 한꺼번에 두 개를 쥘 수 없다는 것 .. 2021. 7. 31.
때론 생각을 멈추고 입을 닫는 이유 난 암 진단 후부터 멍 때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진단 직후엔 할 말을 잃어 멍 때렸고, 예후가 불량하다는 교수님들의 진단을 듣고는 할 말이 없어 멍 때렸다. 그러다 암에 대해 좀 알게 되면서 내가 평균보다 더 살고 있다는 걸 알면서 들키기 싫어 멍 때렸다. 내가 멍 때릴 때는 장소를 고른다. 멍 때릴 땐, 말을 안 하거나, ‘아~아~’ 나 ‘멋있다, 좋다’와 같은 몇 안 되는 단어를 반복적, 아니면 어쩌다 한 번, 나지막한 소리로 내기에, 옆에 아무도 없는 장소를 고른다. 그리고 되도록 옆에 아무도 없는 곳을 고른다. 아무도 내게 말 걸 일 없는 장소를 고른다. 뭐, 부담없는 이라면, 옆에 있어도 좋을지 모르겠다. 말은 관계를 위해서나 의사소통을 위해서나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에서... 이해보다는 오해.. 2021. 7. 18.
당신의 입맞춤 당신이 그날 내게 온 건 범죄입니다 당신이 당긴 사랑의 불꽃은 심각한 방화입니다 그 순간 당신이 내 입술에 당신의 입술을 댄 그 순간 심각한 폭력의 순간입니다 내 심장을 폭발시킨 폭력의 순간입니다 그러나 난 사랑의 감옥에 갇힙니다 당신이 만든 사랑에 갇힙니다 당신이 아니고 내가 갇힙니다 사랑의 묘약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꿉니다 당신이 그날 내게 온 건 범죄입니다 그날 내게 한 입맞춤 잠자던 사랑을 선동한 심각한 범죄입니다 2021. 7. 12.
구석에 홀로 핀 꽃 이리될 운명임을 미리 알았었더라면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을 뿌연 안개 낀 언덕 너머 흐르던 물소리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의 강으로 이끄는 유혹인 걸 알았었더라면 그렇게 발을 헛디뎌 이토록 쓸려오지 않았을 것을 그때 그 물소리 멜로디로 듣지 않았었더라면 더 이상 더 이상 이렇게 휩쓸리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었을 것을 운명, 넌 너의 작은 거짓말로 나의 두 눈을 빼앗고 두 귀를 막고 결국엔 아무도 찾지 않는 구석 이렇게 흐느끼고 있게 만들 것을 난 한때 생각했었지 네가 때론 다정한 눈길을 네가 때론 포근한 숨결을 내게 주는 어쩌다 한 번이라도 내게 주는 때론 내 편 일 수도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제 깨닫지 이렇게 빛마저 피하는 구석에서 웅크린 채 깨닫지 그저 그건 나만의 꿈 그저 꿈이었을 뿐 그랬었다는 것을 2021. 7. 9.
젖은 마음에 내리는 무지개 별빛 만약 어디에선가 문득 무지개를 본다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 위 어디 만약 무지개를 본다면 그래서 두 팔 벌려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환희의 가사 그 환희의 속삭임을 무지개 위에 뜅겨 아름다운 노래를 엮는다면 색색 고운 칠선지 위에 환희의 가사를 뜅겨 생을 찬미하는 운율을 엮는다면 쏟아졌던 소낙비에 젖은 그대의 머리칼을 거둬 차가워진 슬픈 두 볼을 보듬어 그대의 시린 마음 위에 색색으로 뿌리련만 울고 있는 그대의 눈물 위에 색색으로 뿌려 기쁨의 눈물로 만드련만 내가 문득 만약 문득 비 갠 밤하늘 위 어디 무지개를 본다면 볼 수 있다면 그 위에 삶의 환희의 낱말을 던져 일곱 가지 별빛에 실어 그대의 슬픈 두 눈에 뿌리련만 색색 무지개 별빛 그대의 시린 마음에 쏟아지게 하련만 2021. 7. 5.
당신 존재의 아름다움 당신이 오늘 날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광장 속 그저 외톨이인 나 길바닥 위 흔하디 흔한 나 그때 당신이 날 보았습니다 날 보며 웃었습니다 나와 눈을 맞췄습니다 내게 눈인사했습니다 비로소 난 의미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됐습니다 당신을 특별하게 대하겠다고 난 다짐합니다 당신이 광장 속 인파에 묻혀있어도 당신이 사람에 파묻혀 길을 걸어도 난 당신을 봅니다 당신을 보고 웃습니다 당신에게 다가가 눈을 맞춥니다 당신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은 언제나 특별합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당신이 세리라도 당신이 의사라도 당신이 사장이라도 당신이 어느 지방 관리라 해도 광장 속에서 길바닥에서 아무도 당신을 몰라본다 해도 그러나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내게 눈인사를 건넵니다 미소를 전합니다 비로소 당신과 나 특별한 그 누가..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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