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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세월 따라 잎을 변화시키듯 먼저 난 잎은 지고 새 잎이 나고... 4기 전이암 진단 후 깨달은 ‘나의’ 삶에 대한 단 하나의 진실. ​ 삶에 있어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모든 건 변한다! 는 것 ​ 내 몸과 마음이 콩팥 두 개에서 하나인 상황에 맞춰 변하고, 숨 쉬는 폐엽이 5개에서 4개인 조건에 맞춰 변하고, 달리고 뛰던 것에서 지팡이 짚고 절뚝거리는 현실에 순응해 변하고…… ​ 얼마 전에 산 가재 두 마리, 어느새 한 마리는 탈피를 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다른 가재도 그랬다. 변화해야 하는 시점에 탈피하지 못하는 가재는 죽는다. 변해가는 몸에 맞춰 작아진 갑옷은 벗어야 한다. 그대로 멈춰 있으면 으스러져 죽거나 과거의 갑각 속에 갇힌 채 고통과 함께 스러질 것이다. 내 몸도 나이를 먹어 간다. 그렇잖아도 세월에 따라 순리를.. 2021. 8. 29.
2018 뮌헨 11-뮌헨 게르트너 플라츠(Gärtnerplatz)를 향해서 도이체 박물관(Deutche Museum)을 나와 게르트너 플라츠(Gärtnerplatz)로 방향을 잡았다. 역시 뚜벅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기특하다. 지금은 그렇게 못 걷는다. 이게 웬일인가 한다. 이 여행은 3년 전 여행이다. 그 사이 내 얼굴도, 근육도, 머리도... 다 빛이 바래고 있다. 폐 속 암덩어리들 볼륨도 팽창하고 있다. 내가 되돌아보기에 기회는, 모든 기회는, '지금 당장-Just Right Now!'이 최고일 듯하다. 게르트너 플라츠(Gärtnerplatz)를 향해가는 길에 전기 자전거가 보인다. 친환경이 좋기는 거기도 매 한 가지인 듯하다. 나무들도 우거지고, 꽃도 많고, 공기도 덩달아 좋고... 여기 도로가 좁다. 자전거 건너편 길가에 차들이 주차돼 있다. 그 사이로 차 한 대 지날.. 2021. 8. 27.
행복한 삶을 위한 독백 암 진단받고 바꾼 게 꽤 된다 담배를 딱 끊었다 대략 하루에 한 갑에서 갑 반 피웠었다 술 끊었다 2번 째 병원에서 어차피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잠깐 몇 개월 폭음했지만 곧 진정하고 알콜을 멀리하고 있다 육류, 거의 안 먹는다 가공식품, 거의 안 먹는다 채소, 무지 먹는다 거칠고 날 것들을 입에 자주 넣는다 밥이건 반찬이건... 모두 암에ㅡ찢기고 암에ㅡ잘려나간 몸뚱이를 달래기 위해서다 콩팥 한 개 폐 한 조각 다리뼈 한 토막 을 위해서 달콤한 음식보다는 거칠고 날 것으로 위로한다 바꾼 것들이 음식만은 아니다 단어도 바꿨다. 완치 미련 아픔 우울 불안 좌절 후회 번민 두려움 희망고문 일류 최고 명문학교 엘리트 부자 부촌 부티 고급 최고급 세련 경쟁 우승 1등 우등생 상위권 고액 출세 고수익... 모두.. 2021. 8. 26.
나들이-강화도 석모항 언저리 나들이 간만에 강화도 나들이를 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코로나는 가까운 곳 여행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후 2시쯤 집을 나섰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오후는 나그네 기질이 나온다. 오늘 바다 색깔이 좋다. 자연은 신비롭다는 걸, 날 언제나 감동시킨다는 걸 안다. 농도가 좋다. 갯벌이 바다처럼 보이고 바다가 갯벌처럼 보인다. 갯벌이 빛을 받고, 바다가 하늘색을 받아들여서 그럴 것이다. 저 멀리 밝은 하늘이, 하지만 여전히 회색이긴 하지만 밝게 보인다. 밝고 진하고, 진하고 밝고... 상대적…… 해안도로를 돌다가 면이 분할되고, 분할된 면마다 색이 다른 카페를 봤다. 겉을 장식한 색채의 조합이 설치미술 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하다. 입구에 목각인형들이 나래비 섰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뭐라고 뭐라고 써놓.. 2021. 8. 21.
어둠 속 가을의 유혹 어느 늦여름 밤 헤드라이트 불빛에 밀린 어둠이 길 옆으로 밀려나가던 그날 밤 난 휴게소에 들렀지요 한쪽 겨드랑이엔 세상의 무게를 버티고자 목발을 하고 있었더랬지요 난 음식을 주문했고 한산한 홀 안 탁자에 지친 몸을 의탁했습니다 찌개가 끓기 시작할 즘 돈과 교환된 번호가 날 일으켰고 난 목발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다가왔습니다 대신 갖다 드려도 되겠냐는 부드러운 말에 놀란 가슴은 머리와 다른 말을 밀어냈지요 괜찮다는 말 대신 안 그러셔도 된다는 말 대신에요 당신이 받아온 쟁반의 무게는 당신의 하이힐을 위태롭게 보이게 했었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사이에 두고 놀란 마음에 알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고맙다는 말 대신 드렸고 당신은 환한 웃음으로 되돌려 주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해를 보내고 달을 보내며.. 2021. 8. 16.
G선상의 아리아에 부딪친 작별 당신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술 한 잔이 더 필요한지 그날 별빛에 부딪힌 당신의 눈빛이 달빛 돼 잃었던 눈물을 깨울 때 난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불현듯 일어나 턴테이블에 불을 밝혔고 쏟아진 G선상의 아리아는 당신을 밀어 내 앞에 놓았더랬지요 잔을 들어 수줍게 웃으며 당신은 다시 한번 별빛을 눈빛에 담았고 난 당신의 잔을 받아 당신의 목을 받쳐 선율에 감긴 내 마음을 당신 입에 쏟았고 당신 심장의 울렁임이 내 가슴을 터지게 만들었더랬지요 그때도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쏟아지는 당신의 눈빛이 움직이는 잔에 담긴 출렁이는 포도주 물결 위 자주색으로 물들 때까지도 나는 이유를 묻지 않았고 당신도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 밤이었는지를 2021. 8. 9.
인연이 논리가 될 때 당신이 느낄 때 난 생각했습니다 당신이 눈으로 말할 때 난 입으로 말했습니다 당신이 느낌으로 날 사랑할 때 난 논리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표정으로 날 보냈고 난 논리로 당신을 보냈습니다 202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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