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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삶 7-신장암 폐전이 진단, 즉시 수술 권유, 피곤함 그리고 무력감(2011) “그렇습니다. 부신도 망가졌습니다.”’ “그럼?” “떼어내야 합니다. “그럼 콩팥 하나를 몽땅 다요?” “예.” “교수님, 요즘에 부분 절제술도 있다던...” “예. 있습니다만 환자분께는...” “‘......” “자, 그럼 보호자께서는 입원 절차를 하시면 되시겠습니다.” “‘........” “자 그럼...” “잠깐요! 제가 좀 더 의논을 해보고 싶은데요…”’ “예. 그러세요. 하지만 서두르셔야 낼이나 모레 수술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아까 ‘할인’이라 말씀하셨는데?” “예. 사실 로봇수술이 한 3~4천만 원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병원에 새로운 장비가 들어와서…. 또 환자분의 상태가 시급하시고 해서 깎아드리고자 합니다….” “.......” 나는 그 의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다시 .. 2021. 5. 31.
암삶 6-신장암 폐전이 진단, 입원 권유, 그리고 수술하자는 말이 나오고(2011) 난 의사 선생님의 단정적인 말에 양쪽에서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거대한 고무줄이 끊어지는 듯 뒷머리에서 순간적인 굉음이 들리는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어떤 생각도 할 수가 없게 되고 머리도 아프고 다리에 아무런 힘도 안 느껴지고 그저 어지러울 뿐이었다.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자, 입원합시다." "예? 오늘요?" "그럼요. 서두르셔야 합니다." "……." "여기 이분요.., 이분께 입원 절차랑 이러저러한 수술 안내사항 좀 설명해 드려 주세요." " 교수님, 수술도요?" 이런 일사천리로 이어지는 흐름에 나는 그저 혼이 나간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나의 보호자가 도착했다. 그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분의 말씀, 설명, 을 듣다 보면 그 누구도 놀라고 .. 2021. 5. 31.
암삶 5-그냥 암도 아닌 4기 전이암 진단(2011) 그 비뇨기과 교수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환자분, 이번엔 초음파 검사를 하겠습니다.” “어디서요?” “여기서요.” “…...” “환자분, 잠깐 기다리세요.” “......” “김 선생! 여기로 좀 와봐요.” 그 비뇨기과 교수는 나의 옆구리 이쪽저쪽에 초음파 프로브를 움직이며 옆 진료실 쪽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다른 의사를 부르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순간적으로 혼동이 왔다. “또 다른 의사가 왜 필요할까?” “혹시 이분 이런 종양류에 대한 전문가가 맞을까?” 옆방에 있던 젊은 의사가 들어왔다. 큰 키에 짙은 검은색 뿔테를 끼고 있었다. 여기가 아니라 연구실에 있으면 딱 어울릴 분위기였다. 바지는 수술복인 듯 끝단이 넓은 7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예복에 가까운 흰색 재킷과 묘한.. 2021. 5. 31.
암삶 4-암이라는 소리는 천둥이 되고(2011) 전화가 연결되었고, 그 의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보세요? “……” “이런 말씀드리기가..... 참...” “…….” “급하게 병원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 “왜 병원으로 오라고 하느냐고요?” “……..” “환자분의 상태가 급하시기 때문입니다. 혈뇨도 계속되고 있고, 크기도 상당할뿐더러 다른 부위도 의심스럽습니다.” “……..” “한 40분 걸리신다고요?” “……..’ “괜찮습니다. 추가적인 검사 때문에 그 결과를 보기까지는 몇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그쯤에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흩어졌던 말의 조각들이 진실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했다. 한숨이 나왔다. 현기증도 찾아왔다. 어느 순간엔 그 의사의 목소리가 마치 한여름 밤 정자나무 밑에.. 2021. 5. 31.
암삶 3-봄, 피하고 싶은 진실은 집요하게 쫒아오고(2011) 그다음 날 나는 간밤에 응급실에서 예약을 잡아준 대로 비뇨기과에 갔다. 간밤에 특별하게 부정적인 어떤 말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 했다. 난생처음 가는 비뇨기과! 그냥 며칠 동안 내가 인터넷에서 찾아봤던 것 중에서 내가 가장 믿고 싶었던 대로, “사타구니 어느 부분, 어딘가에 있는 모세혈관이 터진듯하다. 집에 가시라. 며칠 후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런 말을 기대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모두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거기엔 거의 모든 정보가 나와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질병이 됐든 증상에서부터 대책까지 의사는 물론 간호사나 과학자 등이 참여하는 지식의 광장이 열린다. 또 거기에는 환자들이 관 객이나 조연 때로는 주연으로도 참여한다.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내가 샅샅이 찾.. 2021. 5. 31.
암삶 2-봄, 응급실로-안 좋은 예감(2011)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변기 속의 핏덩어리를 보면서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혈뇨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몸 안의 기운이란 기운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현기증이 났다. 나는 틈나는 대로 시계를 봤다. 정해진 시간까지는 일을 해야 했다. 나의 그런 일에 대한 태도는 입사 3년 만에 나를 부책임자로 만들었고, 4년 만에 최고책임자의 위치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나는 막연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태도가 나의 몸에 무언가 불길한 이상을 가져왔는지도 모를 거라는. 나는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실성한 사람 마냥 응급실로 향했다. 버스를 탔다. 지금도 나는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 정신없고 다급한 입장에서 왜 택시가 아니고, 119가 아니고 태평스럽게.. 2021. 5. 31.
암삶 1-진단 전/하인리히 법칙1(2011) 미국을 향해 출발한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그리운 얼굴을 떠올렸다. 고개를 들어 두 눈을 창밖 너머 파아란 하늘로 돌렸다. 12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나를 10번도 넘게 찾아왔었다. 그에 대한 첫 번째 답례는 사실 2010년에 있었다. 그때 그는 필라델피아 서쪽 교외 펜실베이니아 어느 전원도시에 살고 있었다. 반갑게 나를 맞았던 그는(그는 나보다 나이가 대략 20 여살 더 많다)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고 싶어 했었다.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뉴욕...... 여행을 좋아하고 방랑 기질이 넘치는 나였었기에 새로운 풍토, 새로운 풍경, 낯선 사람, 익숙하지 않은 도시와 시골의 스타일을 맘껏 즐길 수 있으려니 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몸이 깔아져 가는 걸 느꼈었다. 재촉..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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