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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삶 15 -암 사이즈 15cm “빨리 수술합시다!” 단, “로봇수술은 안됩니다.”(2011년) 이러저러한 말, “당신 암 크기가 15cm야!” “당신 콩팥 암 덩어리가 당신 콩팥보다 더 커!” 그런 말들과 함께 그 교수님의 표정이 변해갔다. 그림자 깊게 드리운 나무 아래 누운 채 어린 새끼들과 헛발질하던 수사자가 쓰러지는 듯 다리 저는 사슴을 본 듯, 앉아있던 도베르만이 주인이 던진 허공에 뜬 공을 본 듯, 눈빛이 분명 해지며 날 쳐다봤다. 짧지만 강렬하게, 그렇게. 그리고... 그 교수님은 고개를 돌려 타이핑 중이던 직원을 향했다. “이 선생!” “예.” “나 다음 주 스케줄?" “다음 주요?” “......” “예. 꽉 찼습니다.” “그래?” “......” '참 내. 뭐 새삼스러울 일도 아닌데...' 그 간호사는 눈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고... 간호사와 그의 대화를 사자 발밑의 숨 끊어지는.. 2021. 8. 21.
암삶 14-“당신 암 덩어리가 당신 콩팥보다 더 커!”(2011년) “전 병원에서 좀 크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좀’ 크다던가요?” “예…” 전 병원에서 분명 '크기'를 들은듯한데... 대략 '5x 뭐'라고 했던 것 같았는데... 그 교수님이 무슨 숫자를 말했던 것 같았는데... 당시엔 하도 정신이 없었던 난 ‘좀 큰가 보다’ 했었다. 사실 그때는 “암입니다"란 말이, 거대한 해머가 되어 내 머리를 사정없이 치고 있었기에, 당시의 나에게 암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었다. 깨진 도자기의 파편을 모으듯 당시의 대화 내용, 특히 그 교수님의 말씀을 복기하려 애썼다, 복잡해진 머릿속에서. 하지만 암 선고 이후 내 머리는 마치 엉켜버린, 너무 엉켜 풀 수 없는, 게다가 풀려하면 더 엉켜 영원히 풀 수 없는 저주의 실타래 와도 같은 상태였었다. ​ ​ 나의 복.. 2021. 8. 20.
코로나 백신 부작용의 종류들 영국과 프랑스의 보건당국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백신을 맞은 10명 중에 1 명은 어떤 형태의 부작용이든 반드시 경험한다고 한다. 기절할까 봐서 단서는 단다. 대부분이 하루나 이틀 정도면 부작용의 정도가 완화된다고 하는. 문제는 그 이상 가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되겠지만 내놓고 떠들지는 않나 보다. 아래는 WHO와 그 밖의 기관에서 인정하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미열 또는 낮은 강도의 열 -주사부위 홍반 -피로감 -두통 -근육통 -오한 -설사 -주사 부위 통증 -호흡곤란 -흉통=가슴통증 -언어장애 -마비 -심근염(특히 화이자) -기절 -알레르기 -중증 알레르기(아낙필라시스) -혈전(화이자와 모더나) -발작 -빠른 맥박 -가슴 두근거림 -길랭 바레 신드롬(얀센, 이 증상 나타내는 사람들 100명 중 1.. 2021. 8. 19.
암삶 13-신장절제수술2 “당신 암... 넘버 쓰리"(2011년) 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들락날락하는 환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 벌써 3시간이 넘게 진료실 앞 복도며, 홀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개를 푹 떨구고 들어갔다가 어깨를 쫙 펴고 나오는 환자, 근심 어린 표정으로 들어갔다가 활짝 웃고 나오는 환자, 어두운 얼굴로 들어갔다가 더 어두운 얼굴로 나오는 환자, 혼자 온 환자, 온 가족이 몰려온 환자,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들어가서 조용히 나오는 환자, 옆 사람에게 병 자랑하며 정보를 얻으려 애쓰는 환자, 젊은 여자 환자, 80은 훌쩍 넘겼을법한 할아버지, 가족의 부축 없이는 한 발자국도 옮기지 못할 듯한 환자, 이 간호사 저 의사 등의 목례를 받는, 누가 봐도, 이 대학병원 의사 같은 환자... 하지만,.. 2021. 8. 18.
어둠 속 가을의 유혹 어느 늦여름 밤 헤드라이트 불빛에 밀린 어둠이 길 옆으로 밀려나가던 그날 밤 난 휴게소에 들렀지요 한쪽 겨드랑이엔 세상의 무게를 버티고자 목발을 하고 있었더랬지요 난 음식을 주문했고 한산한 홀 안 탁자에 지친 몸을 의탁했습니다 찌개가 끓기 시작할 즘 돈과 교환된 번호가 날 일으켰고 난 목발을 다시 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다가왔습니다 대신 갖다 드려도 되겠냐는 부드러운 말에 놀란 가슴은 머리와 다른 말을 밀어냈지요 괜찮다는 말 대신 안 그러셔도 된다는 말 대신에요 당신이 받아온 쟁반의 무게는 당신의 하이힐을 위태롭게 보이게 했었습니다 뜨거운 음식을 사이에 두고 놀란 마음에 알듯 모를 듯 엷은 미소를 고맙다는 말 대신 드렸고 당신은 환한 웃음으로 되돌려 주셨지요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해를 보내고 달을 보내며.. 2021. 8. 16.
어느 교수님의 코로나 백신 부작용과 진료 펑크 2 코로나 부작용으로 휴진하셨던 정형외과 교수님을 만났다. 얼굴은 부어 있었고, 눈은 충혈된 상태였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참 오랜만이지요?" “예. 하하하 거의 6개월 만이네요, 교수님.” “하하 그러게요.” “지난주 진료 연기에 대한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어요, 교수님. 걱정도 많이 했고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아이고, 죽는지 알았어요. 그 약 참 나쁜 약이에요." “그 정도였나요, 교수님?” “예. 그날 아침에 우리 의사들 백신 맞는데, 빈자리가 하나 보여 냉큼 가서 맞았는데...” “......” “그게, 내가 그렇게 서둘러 맞는 게 아녔는데!” ​ ​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백신이 가져온 부작용은 심한 고열 정도에서 .. 2021. 8. 15.
암 전조증상 1 지난해 막바지, 암이 나름 안정적인 상태라는 교수님의 말씀과 팔로업하고 있던 세 개 과에서 상태가 좋으니까 1년 후에나 보자는 말에 평온함과 평화로움을 느꼈다. 번잡하게 오갔던 이 과 저 과를 이젠 어쩌다 가게 생겼다. 약도 컨디션에 따라 600 먹다, 400 먹다, 쉬었다 한다.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하다. 그런데 문득문득 데자뷔다. 마치 진단 전의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유사하네, 라는 기시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순간도 있다. ​ ​ 2011년 벽두에 4기 폐전이암을 진단받기 전에도 그랬었다. 열심히 일했고, 수입도 내 딴엔 좋았고, 여행도 다녔고,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리며 술도 즐겼다. 주제에 나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쓰면서 살았다. 게딱지만 한 크기였지만 집도 두 채를 장만했었다. 한마디로 기분..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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