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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삶 21-수술 전날에 일어난 일, 다발성 폐전이, 뼈전이, 신장전절제 (2011년) 이러저러한 사유로 입원한 환자들 사이로 나를 위한 병상이 정해졌다. 도대체 몇 인실인지 모를 정도로 그 병실에 입원한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이미 친구가 된듯한 두 분은 친근한 말투로 대화 중이셨는데, 연세는 아마 70대 말 정도? 40대 중반의 나는 그분들 옆자리에 배당되었다. 한 분이 환자복 상의를 들췄다. 명치부터 배꼽까지, 그리고 그 배꼽에서 옆구리 너머까지 꿰맨 자국이 보였다. "잘 회복되다 폐렴기가 있어서..." 뭐 그런 말씀을 이웃 병상 환자한테 하는듯했다. 나는 그런 분위기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 병실에선 내가 아마 제일 젊었던 듯했다. 그들은 내 이름과 나이가 적힌 카드가 붙어있는 병상의 사물함을 흘끗흘끗 보는 듯했다. 내 침대가 문 입구 쪽에 있었으니…. 오가며 싫어도 보였겠지….. 2021. 9. 17.
암삶-전이된 다리뼈와 절단 후 이식, 장애 판정기준의 합리와 불합리 2016년 여름은 나에게 아주 특별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특별하다’는 말은 그런 경우에 쓰는 말은 아닐 듯하다. 다른 표현을 찾아내기 위해 좀 더 머리를 써서 궁리하자면, 오히려 ‘상상 그 이상’, 아니면 ‘ 절망의 저편’이었다고 말하는 게 당시의 느낌에 더 가까운 표현일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그랬었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랬다. 돌이켜보면 그해 여름 이전까지는 예행연습, 아니 ‘예방주사’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2016년 막 여름이 시작되던 6월 초입에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진단을 받았었다. "환자분은 다리를 잘라야겠습니다." "예?" "전이된 부위가 광범위합니다." "그래도 제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살릴 수도 있을 것처럼 말씀하셨었는데요......." "그래요? 아닙니다. 살리지 못합니다.. 2021. 9. 14.
암삶 20-4기암, 신장암, "환자분은 암을 부르셨군요", 신장 전절제, 수술 준비 (2011년) ‘식사는 어떠셨는지요?” “식사요?” “예. 어떻게 드셨나 하는 걸 간단히 물어보겠습니다.” “예” “아침은 규칙적으로 드셨나요?” “그런 편이었어요.” “그런 편? 어땠나요?” “월수금 아침 5시에 출근해야 했던 날은 7시경 라면을 먹었어요.” “아침으로 라면요?” “예. 공깃밥 하고요.” “반찬은?” “ 없이요. 짬뽕 라면이라고 있었어요. 해산물이 꽤 들어갔었지요.” “……” 나의 아침 식단을 생각해봤다. 사실 아침은 3가지 패턴이 있었다. 5시에 출근해야 했던 월수금은 아침 7시부터 7시 30분까지 짬뽕 라면으로, 화목엔 집밥, 토, 일요일엔 해장국집에서 사 오곤 했던 뼈다귓국. 점심은 어땠을까? 월수금엔 도시락 밥으로, 화목토엔 분식집에서 배달한 거로 하곤 했었다. 저녁 식단은 생각이 나질 않아... 2021. 9. 13.
암삶-2020년의 시작, 4기암과 함께 10년, 코로나바이러스와 CT검사 url 등록 필수 얼마 전 대장 내시경 검사 땜 병원에 들렀다. 지금이 2021년, 작년이면 2020년. 코로나 시국은 변한 게 없다. 작년 6월이 생각났다. 그때 느낌을 썼던 걸 다시 곱씹어 본다. 코로나 시국이 제발 빨리 끝나길 기다리며... 난 무덤덤하게 병원문을 들어갔다. 얼마 전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위해서 왔을 때처럼 변함없이 체온 체크를 받았다. "혹시 해외여행을 다녀오셨나요?" "아니요." 해외여행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작년에 있었던 여정을 생각했다. 그리곤 검사실 대신 가까운 커피숍을 향해서 갔다. 빈자리에 앉은 나는 그 여행을 추억했다. 22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 소식을 전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프랭크를 방문했었던 여정. 그토록 오랜 기간 멋지고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프.. 2021. 9. 11.
암 진단_새로운 인생의 시작1 작년 말 지인 한 분께서 다급하게 연락하셨다. 우선 1기 정도로 초기 진단받으셨고, 문제는 사이즈가 의외로 커서 유착이 됐고, 덕분에 원발암 부위뿐 만 아니라 유착된 부위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셨다는 내용이었다. 2년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만 해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아직 젊은데... 그래서 더 어리둥절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시면서. 아이를 더는 가질 계획이 없냐? 는 의사의 말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덕분에 그에 맞는 수술이 이루어졌고, 수술실에서 나온 후 그게 더 이상 계획이 아니라 사실이 됐음도 확인했다고 하셨다. 협착과 유착이 심했던 이유로 수술시간도 길었고, 참여한 의사들도 많았다 했다. 그만큼 지쳤고, 몸도 마음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2021. 9. 10.
암의 종류와 영상검사의 득과 실 대략 94종 이상의 암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듣는 10여 가지 암들만 존재하는 게 분명 아니다. 그 소위 10대 암이라고 불리는 암들은 주로 발생 빈도와 비중이 많은 경우의 암종들이다. 암은 아주 교활하고 야비해서 자신을 충분히 강하게 만든 후에 자신의 존재에 대한 힌트를 준다. 대부분 만성적 피로와 이유 없는 짜증이 그 힌트다. 그런 힌트를 우습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그에 걸맞은 나름의 보상을 받는다. 난 그걸 무시했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끊이지 않는 혈뇨와 피곤함, 새까맣게 변한 얼굴빛에 질려 난 내 발로 병원에 갔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물론 암이 발견된다고 한들 나 같은 경우만 있는 게 아니다. 건강검진도 자발적으로 꼬박꼬박 받고, 조금이라도 특이한 이상 징후가 .. 2021. 9. 9.
암환자의 인권과 프라이버시(20-5-29) 오늘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처음 가본 CT촬영장에서였다. 이 병원을 2013년부터 다녔으니 만으로 8년이 넘었다. 여적까지 불쾌한 경험은 없었다. 처음 병원과 두 번째 병원에 비해서. 하지만 오늘과 같은 아린 경험은 첨이다. 난 다른 모든 경우처럼 병원 관계자 누굴 만나든 먼저 웃고 먼저 인사한다. 그리고 온화한 음성과 미소 띤 얼굴로, 그러나 분명한 음성으로 용건을 말한다. 여적까지 한 번도 안 그랬던 적이 없었고, 그들도 그래 오고 있다. 내게 이름과 환자등록번호 또는 생년월일 이외의 그 어떤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 병원에서. 필요할 경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적은 있었어도. 나는 오늘도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을 예상하며 웃음을 띤 얼굴로 인사하며 나의 이름을 말하기.. 2021.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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